마티스는 보면 볼수록 경이로운 화가이다. 단순함과 경쾌함이 모짜르트를 연상시키는데 특히 말년에 휠췌어에 앉아서 색종이를 오려 만든 작품들은 정말 노년의 완숙한 경지가 보인다. 그 시절에 위촉받아 만든 성당의 스테인글라스도 마찬가지.
전통에서 벗어난 풍의 그림을 딴 곳도 아니고 성당에 유치하는게 파격적이어서 보통 사람들로는 주저하기 쉬운데 그의 재능을 존중해 교회의 제단과 스테인드 글라스를 제작하게 한 그 신부님께 존경과 감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스테인드 글라스 하면 곧장 성당이 연상된다. 신앙심 깊어 보이는 이들이 늘 부러웠음에 불구하고 나는 항상 미사가 좀이 쑤셨다. 그래서 미사를 가면 많은 경우 미사는 귓전으로 듣고 스테인드 글라스를 바라보며 몽상에 빠지기 일쑤었다. 스테이드 글라스가 없는 성당은 그래서 내게는 심심한 곳이었다.
한번은 어느 신부님께서 심심해서 미사를 다녀왔다고 하시기에 심심해서 할 짓이 따로 있지 심심해서 미사간다는 말이 뭔 소린가 했다. 그런데 무슨 연고인지 언젠가부터 미사참예가 심심하지 않게 됐다. 그 뿐만 아니라 그냥 설명할 수 없이 좋고 기쁘고 편안하고 기다려진다. 하루 미사를 못가면 안절부절한 심정이고 다른 일을 해도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정말 오래 살고 볼일이다.
아침에 미사엘 가려고 준비를 하는데 티브이 아침마당 프로에 이 해인 수녀가 나왔다. 미사시간 늦을 까봐 안절부절 못하며 이 해인 수녀의 말씀을 듣다가 에이, 오늘은 이 프로 보는 걸로 미사 대신하지, 하고는 느긋하게 보기 시작했다.
불행히도 나는 어렸을 때부터 사회의 기존질서가 있는 이들을 보호하고 없는 이들을 착취하기위한 것이라는 삐딱한 생각이 깊었기 때문에 늘 날선 눈빛으로 나를 방어하고 기득권안의 사람들을 비판하며 또 속으론 사회의 호의와 인정을 원하면서도 이를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위선적인 시스템에 동조하는 비굴함인것 같아 타협하는 것이 참 힘들었었다.
그래서 많은 경우, 선한 길을 걸으려 애쓰는 이들의 노력이 내게는 종종 위선처럼 보였고 그래서 좋은 소릴 들어도 지당하신 말씀 또 하시네요, 하며 식상해 했다. 참 불행한 사람의 불행한 시선이었다. 그래서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는 거라 했나 보다.
흠, 나도 좀 착해질 조짐이 보이는 건가? 수녀님이 그리도 예쁘게 보일 수 없었다. 티없고 욕심없이 보이고 정말 신앙안에서 착하게 살려고 일생 노력하며 사신 분처럼 보인다.
그 분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그것이 큰 어려움이였다는 말에 이전 같으면 흥, 세상 모든 글 쓰는 사람들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어 몸부림치는 판인데 거룩하게 사시는 분들은 세상 영예을 다 갖고도 그걸 가지고 또 불만이시네, 했을 텐데 그 맘의 무게가 느껴져 오며 정말 죄송스런 기분마저 들었다.
또 어머니의 타계에 따른 상실감과 암 선고를 받았을 때의 고비를 말하면서 일생을 삯바느질로 아이들을 키우셨다는 어머니의 골무들을 보여주는데 정말 어느 현대 추상 작가의 작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감각이 뛰어난 골무를 보며 작은 것에도 정성과 성의를 다하는 겸손과 따스한 심성이 느껴저 마음 깊히 부러웠다.
저런 어머니 밑에서 저런 분이 나는 거구나 싶고 내가 보낸 아내와 엄마로서의 시간을 돌아보게 한다. 미안하고 아쉽지만, 그러나 과거는 결코 다시 돌아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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