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캘리포니아·콜로라도·애리조나 등에서 시험 활용 중
냠, 냠, 냠, 냠, 냠.
지난 9월 말 오후 4시가 막 지났을 무렵, 갈색 빛의 잡종 염소 ‘헨리’가 68마리의 ‘친구들’과 함께 갈매나무와 엉겅퀴 등 무성한 잡풀을 맛있게 먹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 산타바바라, 작은 마을과 하이킹 트레일에 맞닿아 있는 2에이커 남짓의 언더배기다. 매년 산불시즌이 되면 바싹 말라 마치 성냥갑처럼 아슬아슬 맘 졸이게 하는 화재위험 지역이다
야산·절벽에 풀어놓으면 화재위험 덤불 순식간에 먹어치워
산불지역 시당국과 주택소유주 대상‘염소떼 대여업’인기
“한 20분 동안 먹어 치우지요. 그리곤 새끼를 밴 것처럼 되어 누워서 쉽니다”라고 로레인 알고는 말한다. 그가 막 풀어놓았던 염소 떼들은 대부분 거세된 수놈들이지만. 염소 떼와 함께 언덕을 뛰어다니는 것은 카요테 등으로부터 염소들을 보호하기 위한 두 마리의 개, ‘킬러 1’과 ‘킬러 2’다.
알고와 그녀의 남편 이안 뉴샘이 운영하는 ‘덤불 염소 임대(Brush Goats 4 Hire)’는 산타바바라 카운티 지역의 가장 위험한 현상인 ‘산불‘에 대처하는 시 당국과 주택소유주들을 돕기 위한 비즈니스다.
로컬 주택소유주 협회가 마련한 6만7,000 달러의 연방화재안전 기금으로 운영되는 염소 프로젝트는 이 지역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대형 산불과의 투쟁에서 점점 중요한 대책으로 부각되고 있다.
염소 프로젝트의 전국적 활용 전망에 대해 UC익스텐션의 농업 자문 로저 잉그램은 “아직은 초기 단계 산업이지만 점점 수요가 늘어날 것은 확실하다”면서 “화재 위험이 사라지는 게 아닌 이상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화재보호협회의 화재관련 커뮤니티 프로그램의 매니저인 미셸 스타인버그는 염소 프로젝트가 유타의 에미그레이션 캐년과 애리조나의 히든밸리 랜치, 콜로라도의 브룸필드 등에서 지난 봄 사용되었다고 전했다.
산타바바라 지역의 산불은 이곳 기후와 생태적 요건의 필연적인 결과다. 번식을 위해선 30년 만에 한 번씩은 태워져야 하는 독특한 향기의 덤불로 뒤덮인 언덕 아래로 강한 바람이 부는 곳이다. 접근은 거의 불가능하다. 덤불은 살을 벨 정도로 날카롭고 협곡은 가파르며 자주 해변 안개에 덮여 있는 이곳의 기후는 숨이 막힐 만큼 무덥다.
빽빽한 검은 딸기나무 덤불을 제거하는데 있어 염소들은 체인톱 장비에 견주기는 힘들지만 염소들만큼 가파른 계곡을 헤쳐 가는 데 능한 동물들도 흔하지 않다.
“우리의 컨셉은 염소들이 가장 효과적인 곳에 그들을 풀어놓는 것이지요. 장비를 설치하기 힘든 계곡이나 사람들이 접근하기 위험한 곳 말입니다. 염소들은 놀랄 만큼 민첩하거든요”라고 뉴샘은 설명한다.
소방국은 상당히 만족해한다.
산타바바라 시 소방국 야생지대 화재전문가인 앤 막스는 염소들이 특히 재생 지역에서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미션 캐년의 염소 프로젝트는 매우 효과적일 겁니다. 화재로 다 타버린 초목들이 벌써 다시 자라기 시작했으니까요” 미션 캐년 지역에선 4년 전 80채의 주택을 전소시킨 대형화재가 발생했었다.
금년 여름 259동의 주택을 전소시키며 8만7,284 에이커를 휩쓴 콜로라도 포트 콜린스 인근의 초대형 화재와 비교하면 미션 캐년 화재는 상대적으로 소규모라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곳 주민들은 악몽 같았던 당시의 되풀이 가능성에 몸서리를 친다.
2009년 5월 그 화재 때 바바라와 앨버트 린드만 부부의 집은 다행히 별 피해 없이 살아남았다. 두 부부가 다 은퇴한 역사학 교수로 70대인 이들은 화재 발생 전 화재 예방 대책을 차근차근 준비했었다. 그중 한 가지가 화재 발생 몇 주일 전에 뉴샘의 염소 떼를 고용해 인근의 잡목들을 깨끗이 제거한 것이었다.
“그때 염소들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화재를 피해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알버트 린드만은 말한다.
염소 떼가 만병통치약이란 말은 아니다. 앤 막스는 “15 피트 높이의 수풀에선 염소 떼는 별 효과가 없으니까요”라고 지적한다.
생태학자인 로버트 뮬러는 화재 예방용으로 염소를 사용하는 데는 위험부담이 따른다고 우려한다. 특히 초목들의 자연재생을 막으면 가파른 협곡의 침식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 “염소가 상당히 위험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뉴샘 부부는 염소들은 다른 장비들과는 달리 냠냠 거리는 소리 말고는 조용하고, 작동할 때 화석연료를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며 태워버리거나 없애버려야 할 덤불을 깨끗이 제거해준다고 강조한다.
최근 6세 짜리 아들 콘스탄틴의 애완동물 염소를 주제로 ‘덤불 염소 헨리’라는 아동서적을 출판한 아내 로레인은 “우리가 업무라고 생각하는 일을 즐겁게 해치우는 염소들을 바라보는 것은 정말 재미있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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