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외로운 혹성 (The Loneliest Planet) ★★★½
알렉스(왼쪽)와 니카는 안내원 다토를 고용, 케비산을 등반한다.
동반자가 친구이든 애인이든 간에 단 둘이 여행을 해본 사람들 중에는 사소한 일로 둘 사이에 금이 간 경험을 한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 영화도 여행이 인간관계를 어떻게 뒤흔들어 놓을 수 있으며 하나의 단순한 본능적 행동이 인간관계 저변의 지층을 어떻게 변경시킬 수 있는가를 조용하면서도 강력하게 탐구한 독특한 소품이다.
영화는 이와 함께 인간이 우리를 압도하는 자연 속에 들어갔을 때 심적으로 어떤 변화를 겪으며 아울러 인간이란 자연에 비하면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를 유려한 카메라와 현혹적으로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과묵하게 묘사했다. 대사가 거의 없는 영화로 우리는 산행을 하면서 캠핑을 하는 세 사람과 함께 동행하면서 그들의 경험을 함께 겪는다.
젊은 알렉스(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와 그의 빨강 머리 애인 니카(하니 후어스텐버그)는 보통 산행객들이 다니는 곳과는 떨어진 곳을 찾아다니는 베테런 여행가들로 코카서스산의 케비 지역을 등반하려고 왔다. 영화는 두 사람의 배경이나 이들의 생각하는 바에 대한 정보를 전혀 주지 않아 내내 궁금하게 만든다.
둘은 마을에서 안내원 다토(실제 등반가인 비지나 구자비제)를 고용해 산행에 나선다. 손에 든 카메라가 첫 1시간 정도를 등에 배낭을 지고 푸른 풀이 카펫처럼 깔린 수려한 경관의 산을 걷는 세 사람을 찍으면서 따라간다. 가끔 가다 카메라가 롱샷으로 먼 산을 배경으로 하고 산행하는 개미 크기의 셋을 보여주는데 현지에서 찍은 촬영이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영화 중간쯤에 가서 알렉스와 니카는 갑자기 생명의 위협을 받는 위험에 빠지는데 이 때 알렉스가 남자답지 못하게 행동을 하면서 그와 니카 간의 관계가 심하게 흔들린다. 그리고 그 때까지 셋이 상호 갖고 있던 신뢰와 정과 연민의 역학관계가 변동을 한다.
알렉스와 니카는 그 사건 후 속으로 분노와 좌절과 실망을 담은 채 서로 따로 떨어져 걸으면서 대화도 나누지 않는다. 그 옆을 묵묵히 따라 가는 다토. 끝에 가서 알렉스와 니카가 어느 정도 화해를 하는 듯이 묘사되지만 과연 둘의 관계가 원상복구 될지는 심히 의문이다.
보는 사람에 따라 뭐 그런 일 가지고 관계가 멀어질 수가 있느냐고 반박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알렉스의 비겁한 행동에 니카가 엄청난 실망을 한 것에 공감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베르날과 후어스텐버그가 꾸밈없이 자연스런 연기를 잘 해 영화가 아주 사실적이다. 몇 번을 강조해도 모자랄 것은 칠레의 촬영감독 인티 브리오네스의 서정적이요 장려한 산수화와도 같은 뛰어난 촬영이다.
성인용. 11월1일까지 뉴아트 극장
(310-473-8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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