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학생도 학업 스트레스 풀려다 깊은 수렁
“중독자들 우울증·공황장애… 25%는 자살시도
LA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김모(68)씨. 웰페어로 생활하고 있는 김씨는 한 달에 손에 쥘 수 있는 정부 보조금으로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 현재 상담기관을 통해 직업을 알아보고 있다. 그러나 은퇴할 나이를 넘긴 김씨가 처음부터 어려운 생활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미국 이민 후 자수성가 했던 김씨는 한 때는 남부럽지 않은 돈을 모았고, 조기은퇴를 했다. 그러나 그는 은퇴 후 도박벽으로 카지노를 전전하며 재산을 날린 사실이 들통났고, 결국 이혼을 당했다.
박모(28)씨의 경우 남들이 부러워하는 명문 대학에 진학했으나 학업 스트레스와 향수병을 이기지 못하고 온라인 도박에 빠졌다. 박씨가 도박중독에 빠지게 된 것을 알게 된 가족들은 박씨를 6개월 간 치료를 받게 하고 학교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박씨는 다시 도박에 빠져들었고, 동기들이 대부분 졸업한 현재에도 카지노를 전전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이처럼 상당수 한인들이 도박 중독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박 중독이 전문적인 정신과 치료를 요하는 상당히 심각한 질환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도박 중독을 3단계로 정리해 분석한 로버트 커스터 정신의학 박사에 따르면 도박 중독은 ‘따는 시기’(winning phase)부터 시작한다. 우연이든 실력이든 상당한 돈을 따게 되면 또 다시 돈을 따겠다는 일념에 도박을 놓지 못하는 단계다.
대부분 중독자들은 두 번째 단계인 ‘잃는 시기’(losing phase)에서 문제가 심각해진다. 돈을 잃었다는 사실에 분개하고, 도박을 중단하는 대신 손해를 메우고자 더 큰 돈을 걸게 된다. 한 때 도박 중독증세로 고생했다는 김모(31)씨는 “도박으로 1~2시간 만에 2,500달러를 잃자 눈에 보이는 게 없더라”며 “손해를 메우려고 날이 샐 때까지 카지노에서 도박을 했던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마지막 단계인 ‘절망 시기’(desperation phase)는 기존의 도덕적 표준이 모두 무너져 범죄까지 저지를 수 있는 단계로, 가족·이웃 등 주변과의 갈등이 표면화된다.
지난 7월 LA 셰리프국은 부동산 에이전트 허모(47)씨를 횡령혐의로 체포했다. 한때 LA와 사우스베이 지역에서 잘 나가는 에이전트였던 허씨는 고객의 돈 40만달러를 카지노에서 탕진한 혐의로 쇠고랑을 찼다.
지난 5월에는 도박 중독에 빠진 동거녀와 다툼 끝에 동거녀를 살해하고 자살을 시도하다 체포된 한인 윤모(56)씨의 이야기가 뉴스를 탔다. 지난 2009년 한국에선 도박에 빠져 유산을 노리고 길가에 버려진 자신을 길러준 양어머니를 흉기로 무참히 찔러 살해한 이모(37)씨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사회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미국 도박문제연구회(NCPG)에 따르면 도박 중독자의 25%가 자살을 시도했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돼 있다. 이 밖에도 도박 중독자들은 대개 우울증, 공황장애, 조울증, 광장공포증 등을 호소하며, 이에 따른 끔찍한 선택도 이어지곤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도박 중독이 술과 담배보다 끊기 어렵다고 말한다. 한인타운 연장자센터의 캐서린 문 소장은 “과거 한 한인은 도박 중독을 눈치 챈 가족들이 이 한인을 감금까지 했던 적이 있었다”며 “그러나 이 한인은 감금 후 옷장의 옷을 있는 대로 물어뜯는 등 정신이상 증세를 보여 결국 정신병원에 갔다”고 말했다.
NCPG는 “하버드대 연구팀에 따르면 중독 치료를 받았던 80명의 도박 중독자 중 92%가 결국 다시 중독 증세를 보였다”며 “그만큼 끊기 어려운 것이 도박”이라고 밝혔다.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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