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들어 가장 감동적으로 들었던 음악은 아마도 얼마전 보았던 영화‘Tokyo 소나타’에서 나왔던 소년의 피아노 연주(드뷔쉬의 달빛)가 아니었던가 한다. 성인으로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순수한 영탄이었다고나 할까.
물론 이 음악은 영화의 내용도 한 몫했고 또 작품이 주는 선험적인 아름다움도 감동을 주었던 한 요인이긴 했지만 소년의 기막힌 피아노 솜씨야말로 감동을 주었던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였다.
음악은 잘 친다고 꼭 감동적으로 들려오는 것은 아니다. 마치 잘생긴 얼굴이 모두 사랑스럽게 보이는 것이 아니듯 내면이 담긴… 영혼에서 울려오는 소리야 말로 눈부신 기교 이상의 감동을 안기는 연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음악이 주는 감동은 기교보다는 진심(진실)일 것이다.
그러면 음악에서 말하는 진심(진실)이란 무엇일까? 다소 설명하기 힘든 것이지만 브람스가 말한 고전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있는 설명 중의 하나일 것이다.
즉 음악의 복잡미묘한 미학의 덧칠된 과포장을 걷어치우고 순박한 체험의 세계로 돌아가자는 것이 그것이다. 요란하게 울리는 꽹과리보다는 자연 속의 풀피리 소리가 더 아름답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드보르작의 작품 등을 예로 든 것이라고나할까.
어느덧 가을… 코스모스가 피는 계절이다. 이곳 캘리포니아는 누렇게 익어가는 호박으로 가을을 표현하곤하지만 코스모스야말로 한국인의 가슴 속에는 늘 그리움같은 가을의 얼굴이기도 하다.
소년시절 가장 좋아했던 꽃은 코스모스였다. 그것은 코스모스가 가을을 상징하는 꽃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지겨운 장마… 무더운 여름이 끝나고 누렇게 익어가는 벼…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황금 들판을 바라보고 있으면 무언가 진한 풍요로움이 가득 안겨져왔기 때문이었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어느 여가수가 부른 ‘코스모스’ 노래가 있지만 코스모스하면 무엇보다도 시골 역(등)에 피어있는 코스모스가 떠오르곤 한다.
어린 시절 엄마의 손을 잡고 시골역의 코스모스를 바라보며 어디론가 끝없이 가을 여행을 떠났던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드보르작은 기차를 좋아했다고하지만 그의 음악을 들으면 어떤 성향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연스럽게 드보르작의 음악과 함께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곤한다.
따스하고 고전적이며 예민하지 않으며 그리움같은 포근함이 있다. 루소는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했지만 고전의 세계… 드보르작의 음악만큼 자연의 향수가 가득 묻어나는 음악도 없을 것이다.
드보르작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면 그의 ‘신세계 교향곡’ 때문이다. 특히 2악장 ‘꿈속의 고향’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여행의 설레임이라고나할까, 포근한 드보르작의 작품을 브람스는 좋아했다지만 그가 말년에 아메리카 여행에서 남긴 3편의 명작(신세계 교향곡, 첼로 협주곡, 아메리카 현악 4중주) 등이야말로 그 어떤 성향이나 계파를 떠나서, 드보르작이 인류에게 남긴 영원한 유산일 것이다.
신세계에서 작곡한 작품들을 빼고라도 교향곡 6,7,8편… 그리고 다수의 실내악곡, 교향시… 오페라 등 모두 드보르작의 고향 체코의 향수가 듬뿍 담긴 곡들로서 빼어난 선율은 아니지만 감성의 넉넉한 풍요로움을 안기는 곡들이다.
오래전 미국에 첫발을 내딛었을 당시에도 늘 듣곤하던 곡이 드보르작의 작품들이었다.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도 아름답고 아메리카 현악사중주도 뛰어난 명곡이지만 첼로 협주곡 등은 마치 그림같이 아름다운 고향의 정경… 쓰고 싶은 편지처럼 정답다고도 가슴저미는 것이었다.
아메리카라고해서 모두 美國… 아름다운 것은 아니겠지만1892-1895년 사이에 드보르작이 아메리카에서 남긴 향수의 선율들이야말로 음악에서의 에덴… 그 영원한 금자탑이라하겠다.
가을 속으로… 에덴의 동쪽… 살리나스 등을 여행하며 드보르작의 음악들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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