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 단독 인터뷰, LA 방문 강창희 국회의장
해외 한인들의 애국심이 한국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입니다”
강창희(66) 국회의장은 1980년대부터 30년 넘게 한국 정치의 중심에서 활약해 온 6선의 정계 원로다. 그러나 직접 만나 본 그는‘원로’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나이에 비해 젊음이 느껴졌고 거침이 없었다.
육사 출신으로 11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 13대를 제외하고 16대까지 내리 5선을 하면서 김대중 정부 초대 내각에서 자민련 소속으로 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하고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화려한 이력을 쌓은 강 의장은 원칙과 소신이 두드러지지만, 부친이 충남대 총장을 지낸 학자 집안 출신답게 원만하고 합리적인 면모도 함께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국회의장으로서는 5년여 만에 처음으로 LA를 방문한 강창희 국회의장과 15일 센추리시티 하이야트 리전시 호텔에서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강 의장과의 일문일답.
복수국적 합리적 확대’필요성 공감
의료보험 상호혜택 한미간 협정 검토
한미박물관 건설 국회차원에서 지원
-미국을 방문하신 소감은
▲LA는 지난 2005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에는 가족들이 많이 살고 있어 한인사회와 인연이 깊다. 정부 수립 때 초대 교육차관을 하셨던 큰 외숙부가 텍사스 주립대에서 교수를 하셨던 영향으로 6남매 중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미국에 이민 와 살고 있다. 가족들이 나에게도 이민을 권했지만 육사 출신이 한국에서 살아야 한다고 고집해 나만 한국에 남았다. 아이들도 현재 미국에서 교수와 박사과정을 하고 있어 친근하다.
-재외국민이 투표에 참여하는 첫 대선을 앞두고 투표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제도 허용 목소리가 높은데
▲지난 10월2일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이메일 등록과 순회접수, 대리 신청을 허용하게 됐다. 그러나 아직 재외선거를 하려면 직접 공관에 찾아가서 투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불편이 있고 이에 따라 재외선거 제도의 개선 필요성이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재외선거의 개선 방향은 공정성과 편의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현재 이를 위해 재외선거인 영구명부제, 제한적 우편투표 허용, 공관 이외 장소의 재외투표소 설치, 재외국민 귀국 투표 보장 등 개선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 국회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우편투표 도입은 어떻게 생각하나
▲우편투표를 실시하고 있는 외국의 경우 투표용지 위조 등 선거부정 사례가 빈번히 나타나고 있어 부정선거를 차단할 장치를 먼저 마련한 다음 우편투표제의 도입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재외국민들이 편리하게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제도 개선을 해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데 국회의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
-재외선거의 의미를 어떻게 보나
▲재외국민의 한 표 한 표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한다. 재외국민의 투표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재외국민들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과 국가의 지원도 확대될 것이다. 따라서 불편하시더라도 재외국민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 반드시 투표권을 행사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현재 65세 이상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복수국적 제도를 확대할 의향은
▲한국은 원칙적으로 엄격한 국적단일주의이지만 여생을 고국에서 보내고자 하는 65세 이상의 동포들을 정책적으로 배려할 목적으로 2011년부터 제한된 범위에서 복수국적 제도를 도입했다. 국적단일주의 원칙을 유지하는 이유는 전면적인 복수국적을 허용할 경우 출입국관리상의 문제와 병역회피 수단으로 이용하는 문제, 납세문제 등이 있기 때문이며, 국제법상으로도 국적단일주의가 보편적 현상이다. 따라서 복수국적 제도 확대 도입은 그러한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본다. 다만 복수국적 제도가 재외 한인들의 개인적 경제활동 편의성을 증진하고 국민통합 등에 유리한 점도 있으므로 복수국적 제도의 합리적 확대 방안에 대한 검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인 2세들의 뿌리 교육을 위해 한국어가 중요하다.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과 함께 한류 열풍과 국격 상승으로 인해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한인 2세 및 외국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한인 2세와 외국인에 대한 한국어 교육 보급 사업의 확대는 우리나라의 국격 제고와 글로벌 인재 확보 차원에서 꼭 필요한 것이다. 미국을 포함한 해외 지역에서 한국어 교육 보급 확대를 위해 정부 차원의 재정지원을 확대하도록 국회의장으로서 최대한 노력하겠다.
-재외 한인들의 권익 향상을 위한 재외동포청 설치에 대한 견해는
▲재외동포의 규모가 700만명에 이르고, 올해부터 재외선거가 실시됨에 따라 동포들의 모국에 대한 관심도가 커진 만큼 재외동포에 대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그런데 재외동포청을 설치하여 재외동포 정책을 강화할 경우 내정간섭으로 비쳐질 수 있는 등 외교 마찰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 따라서 재외동포 지원 강화 필요성과 외교 마찰 가능성을 고려해서 재외동포 지원 강화방안을 마련하도록 여건을 형성해 보겠다.
-한인들이 겪는 실질적 불편 중 하나가 자녀들의 국적문제다. 2세들의 경우 18세 되는 해에 국적 이탈을 해야 하는데 이를 잘 몰라 놓치면 36세까지 국적 이탈이 안 돼 어려움을 겪는다. 재기회를 줘야 하는 것 아닌가
▲국적법을 잘 알지 못해 18세가 되던 해에 국적을 선택하지 못한 경우에 대하여 국적 이탈 신청 재기회를 줄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악용의 우려도 있어 국적 이탈 신청 재기회 부여 문제는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한미 간 교류가 확대되면서 상대방 국가 방문이나 체류 때 의료보험을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필요한데
▲현재 중국과는 사회보장협정 체결로 한국의 근로자들이 중국에서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는데 한중 사회보장협정의 사례처럼 한미 간에도 의료보험에 관한 사회보장협정을 체결하면 양 국가 국민이 체류국의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도 있을 것이다. 다만 미국과 한국의 의료보험제도와 의료산업의 상황이 서로 많이 달라 장애요소가 많고 연구해야 할 사항도 많아 의료보험에 관한 한미 간 사회보장협정을 단기간에 체결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한국에 돌아가면 그 문제를 국회 내 관련부서에서 연구·검토하도록 하겠다.
-한인 이민사 보존을 위해 LA에 한미박물관 설립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데 정부 차원의 지원도 꼭 필요하다.
▲한인사회가 LA 시정부와 함께 후세들에게 이민 역사를 전할 수 있는 한미박물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등과 연계해서 한미박물관 건립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예산 지원 등 필요한 지원 방안을 국회 차원에서 검토하도록 하겠다.
-미주 한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저도 외국에 나와 보니 애국심이 더 깊어짐을 느낀다. 항상 해외에서 생활하시는 재외동포 여러분은 국내에 살고 있는 우리보다 애국심이 훨씬 클 것이라 생각한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열심히 생활하면서 곳곳에서 한민족의 우수성을 알리고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계신 한인 동포 여러분께 항상 감사드리며, 동포 여러분들을 다각도로 지원할 방안을 찾아보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대담 권기준 편집국장ㆍ정리 김종하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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