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에게 암 환자에게서 제거한 종양을 투입한 후 가장 효과가 좋은 항암제의 조합을 찾아내는 접근법에 점차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 투입되는 실험용 쥐들을 과학자들은 아바타라고 부른다.
의학 연구원인 매건 스카익스는 자신의 면역체계를 이식받은 쥐를 한 마리 갖고 있다. 그녀는 이 쥐를‘미니-미’(Mini-Me)라고 부른다. 올해 아홉 살인 마이클 피니의 미니-미는 한두 마리가 아니다. 마이클의 쥐 떼는 그의 폐에서 떼어낸 암 덩어리 달고 산다. 실험실 연구원들은 이들에게‘아바타’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영화와 온라인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이름이다.
특정 환자의 종양 이식 후 다양한 항암제 혼합 투약
부작용 적고 치료효과 크면 마침내‘맞춤형 신약’ 탄생
수만달러 경비 개인이 부담… 효과 불일치하는 경우도
아바타는 개별적 맞춤형 의학의 최전방에 배치된 ‘실험용 소모품’들이다. 인간을 위해 죽어가는 희생물인 셈이다.
이들에게는 독성에 따른 부작용 우려로 암 환자에게 직접 투입하지 못하는 항암 치료제들이 집중적으로 사용된다. 주인의 암 조직을 물려받은 아바타에게 각종 치료제를 주입해 가장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큰 항암제의 조합을 찾아내는 것이 연구원들의 1차 목표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은 벌써 수십년 전에 시작됐다. 인간의 종양을 이식한 후 병의 경과를 살피고 적절한 치료법을 찾아내려는 시도 역시 거의 비슷한 시기에 출발했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이 분야의 기술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면서 의료계의 관심도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바타의 활용이 암 환자들의 수명 연장에 기여한다는 확실한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라며 지나친 기대를 경계한다.
맞춤형 실험에 따른 환자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환자의 암 조직을 이식받은 실험용 쥐 무리를 만들어내고 이들에게 여러 종류의 항암제를 투입하는데 들어가는 경비는 수만달러에 달하지만 보험적용을 전혀 받지 못한다. 환자가 고스란히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메릴랜드대학 의대 교수인 에드워드 소스빌은 “전반적인 상황을 감안할 때 아바타 활용이 최상의 접근법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효과를 확신하기엔 아직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그래도 암과의 싸움에 사용할 수 있은 수단을 거의 소진한 일부 환자들은 아바타에 의지해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이어가려 한다.
여섯 살 때인 2009년 골암의 일종인 유잉육종(Ewing sarcoma) 판정을 받은 마이클의 어머니 질 피니는 아바타에 관해 듣는 순간 “아들에게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뉴욕병원에서 폐로 번진 마이클의 암을 제거할 당시 수술실 옆방에는 전문 배달용역원이 그의 몸에서 떼어낸 암 조직을 볼티모어의 연구실로 가져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수술이 끝난 뒤 네 시간 후 볼티모어 소재 민간기업인 ‘챔피언스 옹콜리지’의 연구원들은 마이클의 종양을 5등분한 후 마취상태의 쥐 다섯 마리의 몸 안에 한 조각씩 집어넣었다. 쥐의 등을 조금 절개한 뒤 종양 조각을 넣고 절개부위를 봉합하는데 걸린 시간은 5분 정도였다.
그로부터 두 달 뒤 다섯 마리의 쥐의 몸 안에 투입한 종양이 커지자 연구원들은 이들을 꺼내어 다시 여러 조각으로 분할한 후 새로운 쥐의 몸 안에 투입했다. 이런 반복과정을 통해 한 달 후 항암제 실험을 시작하기에 충분한 수의 아바타를 확보했다.
뉴저지 리지우드에 거주하는 피니 모자는 아바타를 만들고 이들에게 투약실험을 하는데 필요한 2만5,500달러를 현찰로 지급했다.
실험 결과는 지난 7월에 나왔다. 피니의 담당의사인 메모리얼 슬로안-케터링 캔서센터 종양학 전문의 레오나드 H. 웩슬러 박사는 젬시타빈, 도시탁셀, 아바스틴과 아피니토가 쥐의 종양 크기를 줄이는데 “놀랄 정도의 효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항암제의 혼합은 종양학 전문의들이 좀처럼 채택하지 않는 조합이라고 덧붙였다.
마이클은 아바타 실험에서 찾아낸 항암제 조합을 아직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현재 신약 임상실험에 참여 중이다. 질 피니는 “실험단계의 신약이 효과를 보이지 않을 경우 아바타 실험에서 홈런을 기록한 항암제 조합을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 모델의 효용은 암의 치료법을 찾는데 그치지 않는다.
컬럼비아 대학의 교수인 스카익스 박사는 개인의 면역시스템을 쥐의 몸 안에서 복제하는 매서추세츠 하스피틀의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스카익스 박사는 엉덩이에서 추출한 골수 샘플을 쥐에게 주입하는 방법으로 여러 마리의 아바타를 만들어냈다.
스카익스 박사의 1차 연구 목적은 자가 면역질환에 해당하는 제1형 당뇨병이 어떻게 발전하는지를 살피는데 있다. 흔히 소아당뇨병으로 불리는 제1형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 생성세포가 파괴돼 더 이상 인슐린을 생성할 수 없을 때 생긴다.
그러나 이 연구의 장기목표는 “맞춤형 면역체계를 갖게 된 쥐가 언젠가 생성하게 될 면역세포를 인간에 이식해 질병을 방지하는 것”이다.
아바타 접근법은 나름대로 숱한 문제점을 지닌다. 먼저 쥐에게 통하는 항암제가 인체에는 듣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쥐에게 이식된 종양이 인체 내에서처럼 행동하지 않거나 쥐 몸 안에서 아예 성장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렇게 되면 아바타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세계적 명성을 지닌 존스 홉킨스의 종양학 권위자 두 명이 공동으로 설립한 챔피언스 옹콜리지의 실험실에는 암 환자의 종양을 이식받은 수백 마리의 ‘누드 쥐’들이 조그만 우리 속에서 기거한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몸 안의 종양이 커져 왼쪽 옆구리가 불룩해져 있다. 반면 약물 치료로 효과를 본 쥐들의 종양은 거의 눈에 뜨이지 않는다.
이들이 누드 쥐라 불리는 이유는 몸에 털이 없기 때문이다. 거부반응 없이 인간의 종양을 받아들이게 만들기 위해 과학자들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이들을 면역결핍 상태로 만들었다. 이처럼 면역결핍 상태가 되면 털이 나지 않아 너나없이 ‘누드 쥐’가 된다.
처음 종양을 이식받은 쥐들은 그들의 몸 안에서 키운 암 조직을 다음 세대 아바타에게 넘기는 것으로 임무를 완수하고 사라진다. 과학자들은 참기 힘든 고통을 느낀다고 판단되는 아바타를 골라 안락사 시킨다.
하지만 누드 쥐에게 암을 물려준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들을 위해 죽어가는 아바타에게 개인적 애착을 느끼지 않는다.
아바타의 희생을 바탕으로 찾아낸 두 가지 항암제의 복합적 활용으로 신장에 침범한 암을 치료한 이스라엘 출신의 영화감독 니르 토이브는 “그들은 단지 내 생명을 구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피니도 쥐에 대한 나쁜 기억을 갖고 있다. 브루클린에 장만했던 첫 아파트에 쥐가 들끓어 혼쭐이 난 기억을 떨치지 못한다.
그래도 그녀는 “쥐들이 자신의 종양을 넘겨받고 죽어간다는 사실에 마이클이 언짢아했다”며 “아바타 실험으로 찾아낸 치료법이 아들의 목숨을 구한다면 그들을 영원히 사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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