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래사 주지 소원 스님의 백중 회향 법문은 회향법회 바로 다음주 종교섹션(9월7일자)에 게재하려 했으나 편집마감 관계로 한차례 늦어졌고 9월14일자에는 청춘콘서트 등 기사가 넘쳐 싣지 못해 당초 예정보다 2주 늦게 싣게 됐습니다. 이 점 양해바랍니다. (편집자)
여러분은 인생에 있어서 유일하게 확실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다른 일은 몰라도 이 일은 꼭 발생할 거라고 확신할 수 있는 것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죽음입니다. 생겨난 모든 생명체는 예외 없이 다, 소멸 즉 죽음에 이릅니다. 우리 인생에서 이처럼 확실한 일이 없거늘 이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는 경우는 아주 드문 것 같습니다.
변동의 여지가 다분한 휴가 계획은 일 년 전부터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세웁니다. 그런 것에 반해, 유일하게 확실한 죽음을 인생 계획안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면 이런 어리석은 일이 또 있겠습니까?
백중을 맞아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기도드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분들의 죽음을 통해 죽음의 의미에 대해 관(觀)함으로써 내 삶의 본질을 알아가는 일입니다.
백중을 통해 목련존자의 효심을 닮는 것도 중요하지만 목련존자가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님을 깨닫기까지 애쓴 수행을 닮으려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백중이면 흔히 먼저 돌아가신 조상님들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죽음에는 순서가 없습니다. 7,8세 밖에 되지 않은 어린 자식을 백중 기도에 올린 분도 계시고 젊고 건장하던 오빠를 올린 분도 계십니다.
어떤 한 분은 병으로 한창 때이던 자식을 잃었습니다. 자식의 곱던 얼굴이 땅 속에서 벌레에 먹히고 섞어 들어가는 것을 가슴아파하셨습니다.
가슴 아프지만 그런 과정은 태어난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그것을 가슴 아파하는 보살님도 그렇게 되실 것이고 지금 이렇게 말하고 있는 스님, 나 자신도 그런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자연에서 왔으니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는 자연스러운 한 과정인 것입니다.
[아비담마요강]에서는 죽음이 도래하면 마음의 문에 업 또는 업의 형상이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죽음의 시발점에서 실제 행위가 기억 가운데 재생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표출되는 사고의 질이 다음 생을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반열반경]에서는 성질이 못된 사람은 미혹한 상태에서 죽음을 맞고 덕 있는 사람은 미혹하지 않은 채 죽음을 맞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상응부경전에서는 죽음이 갑작스럽게 닥치더라도 오랫동안 마음속에 믿음을 기르고, 계율을 닦고, 법문을 듣고, 보시를 행하고, 지혜를 키워온 사람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이처럼 죽음의 순간에는 평소에 어떻게 살아왔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 심지어 생각하나까지도 주위를 기울여 다듬어 가는 수행을 해야 합니다.
애플의 CEO였던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죽음을 상기하는 일이 내가 뭔가 잃을 것이 있다는 착각 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하였습니다.
우리 모두는 "already naked"라고 하였습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갈 건데 뭘 잃을 게 있다고 두려워하냐는 것입니다. 언제 죽음이 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 각자는 매 순간을 헛되이 낭비해서는 안 됩니다.
시간이 돈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라는 돈은 쓰지 않는다고 저축되지 않습니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24시간이라는 다 써버려야 하는 돈이 매일 매일 주어집니다.
그것을 어떤 사람은 24시간의 돈만큼 쓰고 어떤 사람은 10시간 15시간의 가치 밖에 쓰지 못하기도 합니다. 죽음이란 이렇듯 현실의 매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는 것입니다.
백중기도 회향을 맞아 일주일 동안 절에서 가정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기도하시느라 수고하셨다는 말씀드립니다. 여러분들의 기도 덕분으로 인연 있는 모든 영가들이 그 정성에 환희한 마음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모든 끝맺음이 그러하듯 회향은 어떤 의미에서 새로운 출발입니다. 지금껏 열심히 염불하고 참선하여 맑고 밝아진 나 자신,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실천하도록 준비된 나 자신이 사람들 속에서 실생활 속에서 그것을 잘 실행하고 나누어야 하는 새로운 출발점인 것입니다.
백중 일주일 기도를 회향하신 우리 여래사 불자님들은 각자가 닦은 기도공덕을 바탕으로 이제부터 열심히 부처님 가르침을 몸으로 실행하는 참된 의미의 회향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한국은 태풍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곤란을 당했다고 합니다. 미국 남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수해가 남기고 간 깊은 상처에, 중생들의 고단한 삶에, 한 번의 스침으로도 어느 누구의 손길과도 비교될 수 없는 위안을 주는 관세음보살님의 따뜻한 손길이 임하시기를 발원하며 회향 법문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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