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마다 나는 강아지 사진이 나오는 어느 마켙 달력을 못받게 될까봐 조바심을 친다. 일부러 돈을 주고 달력을 장만하고 싶은 맘까지는 없지만 그래도 앙증맞고 천진한 강아지들의 모습은 언제봐도 웃음을 머금게 해 맘이 따스해진다.
달력에는 항상 강아지 외에도 정말 반할만한 풍경을 잡아 낸 게 많다. 그래서 한번 필이 꽂히게 되면 언젠가는 저곳엘 꼭 한번 가보리라 맘 먹게 한다.
몇 년전 성당에서 준 달력에 프랑스 노르만디 해변에 있는 수도원의 사진을 본적이 있다. 바다로 둘러쌓인 작은 섬, 아니 섬이라기에는 너무도 작아 그냥 바위위라고 해야 맞겠다.
바다속 바위위에 외롭고 신비롭게 서있는 성같이 보이는 수도원. 수도원으로 들어가는 오직 한 길, 작은 길이 물가운데 나있고 지금은 자동차도 들어가게 길이 닦였지만 예전엔 썰물일 때만 들어갈수 있었다는 그 곳의 사진을 보고는 내 결단코 저길 꼭 가봐야 겠다 별렀었다.
그리고 드디어 갈수 있었다. 모든 여행은 기차타고 버스타고 걸어서 가야 맛이다. 그런데 이젠 몸도 협력을 안해주고 또 교통편도 번거롭다해서 그냥 일일 관광팀에 끼기로 했다.
신새벽에 지하철 갈아타고 헐레벌떡 여행사 앞으로 가니 벌써 많은 이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노르만디는 프랑스 서북쪽 해안으로 이차대전의 노르만디 상륙작전으로 유명한 곳이다.
해안가라 몹시 추울 수도 있다고 해 코트를 갖고 갔는데 여행사 바로 앞 보도위에 몸피도 아주 작은, 젊은 이로 보이는 홈리스가 몸을 새우같이 꼬부리고 모로 누워 자고있다. 그 잘난 프랑스인도, 불어는 끝내주게 할텐데도 거지로 사는 이가 있구나.. 그런데 이 추운 새벽에 얼마나 뼈가 시리게 추울까.. 코트를 벗어주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는데 바닷가에서 떨게 될까봐 맘을 사려먹었다.
내가 건강하게 행복하게 잘 사는 것, 내가 나를 잘 보살펴 웃는 낯으로 살수 있게 되는 것, 그러면서 바로 옆의 이웃도 나만큼 행복한가 살펴보는 마음이 있는 것, 그것이 바로 효도하는 길이고 그것이 바로 좋은 이웃이 되는 길이며 그것이 바로 인류의 미래에 투자하는 길이 아닌건지..
관광버스는 만원이고 중간에 화장실 가라고 작은 마을에 세워줬는데 마을이 그림에 나오듯 예쁘다. 거기다 안개까지 자욱히 내려앉아 마음을 아련케 한다. 집집마다 창가에 심어논 제라늄.. 우리 나라의 민속촌이 예쁘듯 각 나라 고유의 분위기를 지닌채 잘 정돈된 마을은 어디나 예쁘다.
유럽의 성들은 전부 외부인들이 못들어오게 성벽을 철저히 쌓는 게 기본인 것 같다. 늘 누군가가 처들어 올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살려면 얼마나 호전적이어야 했을까?
우리 나라의 시골은 그저 장승이 눈을 부라리고 지켜보고 있으면 되는데.. 몽쌩미쉘도 수도원이라고는 하지만 하나의 작은 성 같다.
수많은 방들을 지나 꼬불꼬불 꼭대기로 올라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썰물때라 드러난 드넓은 모래사장위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관광객들이 신비스러울 정도로 아득해 보인다. 어떻게 이런 곳에 이런 성을 지을 수 있을까.
티베트를 갔을 때도 그렇고 다른 어느 나라를 가봐도 인간의 손으로 지은 모든 불가사의한 건축물들의 목적은 하느님께 대한 경배이다. 너무도 삭막하고 황폐한 벌판위에 잉잉대는 바람을 마주하며 웅장하고 화려하게 서 있던 티베트 사원의 그 위용..
아무 것도 없어보이는 그곳에 어떻게 그 화려한 사원들을 지어냈을까. 너무도 가난해 먹을 조차 충분치 않은 그곳에 사는 그들의 평생 소원은 죽기전에 라싸로 순례여행 가는 거란다.
인간은 창조주의 품안에서 쉴 수 있을 그 순간까지 결코 영적 목마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던 성 어거스틴의 말이 생각난다. 아무리 현대사회가 물질주의라 해도 인간의 근원적 갈망은 결국 영적인 것이다.
칼바도스-레마르크의 개선문에서 라비크가 툭하면 마시던 술. 사과브랜디라고 한다. 40% 알콜농도.
점심을 먹는데 같은 테이블에 한국 여자 외과의사가 있었다. 영국에서 공부를 하고 이제 끝나서 집에 가는 길이라고 한다.
같은 테이블에 노르만디 전쟁터를 방문하러왔다는 퇴역한 미군외과 의사도 있어서 전문용어를 써가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참 자랑스러웠다. 많이 배울 일이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거봐라. 내가 뭐랬니. 하실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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