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형 교회의 ‘세습’ 문제가 사회적 비판을 받아 온 가운데 개신교 3대 교단 중 하나인 기독교대한감리회(이하 감리교)가 교단에서 처음으로 ‘교회 세습 방지법’을 추진하고 나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 개신교의 고질병인 교회 세습 문제는 개신교가 사회적 신뢰를 잃게 된 주요한 원인으로 꼽혀왔기 때문에 감리교의 이 같은 시도가 다른 교단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감리교 장정(감리교의 교회법)개정위원회가 27일 전체회의를 열어 확정한 개정안 초안에는 부모와 자녀, 자녀의 배우자가 연속해서 동일 교회에서 목회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부모가 장로로 있는 교회에서 자녀와 자녀의 배우자가 담임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됐다.교회 세습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교단의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자는 것이다.
권오서 감리교 장정개정위원장은 전체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녀가 물려받아도 목회를 잘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아서 이를 받아들이고 포용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국 교회의 세습 문제는 1990년대 말부터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빈번히 이뤄졌다. 조직이나 시스템이 아니라 목사 개인의 ‘카리스마’에 의존하면서 생겨난 대표적인 폐해라는 것이 개신교 안팎의 지적이다.두 교회가 아들 목사를 서로 교환하는 등 변형된 형태의 세습도 이뤄지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교회의 후임자가 비록 직계 자손이어도 부모의 재산이나 신분 등을 물려받는 것이 아니다"라며 "교회는 하나님의 것이요, 한 개인의 것이 아닌 교회 공동체 모두의 것이기에 재산과 신분을 물려받는 세습이라는 단어는 적절치 못하다"며 사실상 교회 세습을 묵인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대표적인 대형 교회인 서울 충현교회의 김창인 원로목사가 지난 6월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준 사실을 공개적으로 회개해 화제가 됐다.일단 종교계 안팎에서는 감리교의 이번 시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목회사회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한국 교회가 세습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라며 "세습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이런 문제를 짚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조 교수는 "이 문제에서 자유로운 교단은 없기 때문에 입법의회에서 통과된다면 분명히 다른 교단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창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목사도 "교회 세습은 동기와 과정에서 문제가 많으며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교단 차원에서 처음으로 세습 방지법을 마련한 것은 굉장히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세습 방지법’을 명문화하기 위해서는 아직 감리교 내부에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감리교 내부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내달 중순에 열릴 임시 입법의회 통과 여부가 관건이다.
권 위원장은 "위원회 내부에서 선택의 자유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소수 의견도 있지만 교계의 신뢰를 회복하는 측면에서 과감하게 제안해보자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라며 "저희로서는 이 시대에 가장 강한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기독교 대한 감리회 로고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