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쉼터’ 올 상반기 피해접수건 30% 늘어
▶ 경기악화로 가정붕괴수 많아
■중학생 L군을 유심히 관찰하던 교사는 그늘지고 근심있어 보이는데다가 수업시간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학생의 상태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아이는 아무일 없노라고 답했지만 항상 관심을 가져주고 따뜻하게 대해주는 교사에게 가정문제를 말해버렸다.
"아버지가 거의 매일 어머니를 때려서 죽고 싶다"고 털어놓은 것이다. 그 말을 들은 교사는 가정폭력이라고 판단, 자신의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아동보호국에 신고했다.
이는 최근 가정폭력상담 및 예방센터 쉼터(디렉터 이사벨 강)에 접수된 사례다. 이사벨 강 디렉터는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가정폭력이 늘어나고 있다"며 "가정폭력의 가장 큰 희생자는 아동들”이라고 진단했다.
아이들은 신체적 피해자는 아니지만 폭력이 가해지는 현장에서 감정적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내 불안과 죄책감의 트라우마에 빠질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강 디렉터는 "가정폭력은 보고 배운 학습에 의해 이뤄진다"며 "아직까지 폭력 가해자의 95%는 남성"이라고 밝혔다. 힘있는 자가 힘없는 자를 육체적 언어적 학대하는 것 모두 폭력인데 최근 노인들도 성인자녀들에게 학대당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강 디렉터는 "결혼은 쉽지만 이혼은 힘겨운 싸움"이라며 "특히 양육비 부담을 피하려는 남성들이 많아 그 진행과정 속에서 아동들이 큰 상처를 받는다"고 우려했다.
강 디렉터는 "경제 악화로 주택차압 당하는 한인 수는 소수민족 중 제일 많다"며 "집가치가 구입한 가격의 반으로 내려앉고 모기지가 연체되는 등 크레딧 불량에 빠지면 극심한 좌절감과 스트레스에서 헤어나오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민 역사가 길지 않은 한인 커뮤니티는 사회적 구조가 허약해 경기 악화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다”며“그 결과 한인들은 법의 보호를 받기가 어렵고 다시 비즈니스를 일으켜 세우기도 힘들다”고 평했다.
결국 극심한 스트레스의 돌파구로 가정폭력이 일어나 올 상반기 쉼터로 문을 두드리는 이들이 지난해보다 30% 늘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피해접수건수 모두 참고 견디다 한계에 도달하거나 법률자문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 디렉터는“경기침체의 여파로 쉼터의 재정적 후원체도 줄어 쏟아지는 접수사례를 감당하기 버겁다”며“선임할 수 있는 무료 변호사수도 한정적”이라고 답했다.
그는“쉼터라는 명칭 때문에 집없는 노숙자를 위한 휴식처로 알고 문의해오는 한인들이 많다”며 “팍팍한 이민생활에서 정신건강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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