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CC 횃불대회’서 청소년들과 만난 탈북자 신동혁 씨
“북한 사람들이 제일 잘하는 게 뭔지 아세요? 죽는 거예요. 총에 맞아 죽고, 굶어 죽고, 얼어 죽고.... 그러나 2,300만 북한 주민들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요.”
‘북한 수용소에서 태어나 자랐던’ 신동혁(escape from camp 14의 주인공) 씨가 ‘미국서 태어나 자란’ 한인 청소년들 앞에 섰다.
탈북자 및 북한 주민 인권을 위해 매년 여름 워싱턴에서 시위를 여는 KCC(미주한인교회연합) 횃불대회에 참석한 청소년 인턴들이 머물고 있는 홀리데이인 덜레스 호텔. 횃불대회 이틀 째인 10일 하루 종일 시위에 참가했던 청소년들은 지쳐 있었다. 마지막 순서를 맡은 신 씨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어떻게 강연을 풀어가야 할지 고민하는 듯 했다.
“제가 오늘 주어진 40분을 다 채울까요. 20분 씩 나눠서 내일 또 할까요? 아니면 오늘은 안 하고 내일 할까요?” 의외의 반응이 나왔다. “오늘 다 해주세요.” 아이들은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렇게 신 씨의 강연은 시작됐다.
“지금도 북한에서는 학살이 일어나고 있어요. 여러분 어떤 고통이 가장 참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배고픔일 거예요. 남자는 7일을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죽고 여자는 11일 걸린다고 하지요. 북한 주민들은 보통 한 달쯤 굶다가 죽어요. 왜 그렇게 그들은 죽어가야 할까요?”
신 씨는 자주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아이들은 잘 답을 못했다. 아이들과 보다 가깝게 대화하고 싶다며 통역을 마다하고 한국말로 진행하는 강연을 잘 이해 못하는 점도 있었고 어떤 것은 아이들 수준에서 볼 때 어려웠다. 그렇다고 신 씨의 말에 흥미를 잃어버린 것은 아니었다. 가끔 어색해지는 분위기를 무시하고 신 씨는 말을 이어갔다.
“짐승과 사람의 차이는 뭘까요? 인간은 생각을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수용소에서 우리는 생각을 못했어요. 여러 가지 자유가 있지만 우리는 아무 것도 없었죠. 북한의 공식 명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데 그곳엔 ‘민주주의’도 ‘인민’도 없어요.”
신 씨는 그렇게 동물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던 어느 날 ‘한 사람’을 감옥에서 만나 삶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된 것을 이렇게 설명했다.
“세포를 영어로 뭐라 하지요? (아이들이 ‘셀’이라고 대답하자) 맞아요. 하나님은 우리 셀 안에 어떤 고통이라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신 것 같아요. 하나님이 우리를 창조할 때 주신 힘이에요. 저는 정말 약해서 일을 잘 못했지요. 그래서 수용소에서 많이 맞고 또 벌로 굶고, 그러니 더 일을 못하고... 그렇게 살았는데 살아나왔어요. 그런데 대한민국 사람들은 너무 쉽게 자살해요.”
밤을 새도 다할 수 없는 얘기를 끝내며 신 씨는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여러분은 정말 북한 주민들의 희망이예요. 시위할 때 무척 더웠지만 꿋꿋하게 잘 해내는 걸 보고 너무 고마웠어요. 미국이나 다른 나라들이 이런 걸 할 수 있지만 같은 민족인 우리가 해야 해요. 난 북한을 탈출해 왔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요. 그냥 그쪽 상황을 전달할 뿐이예요. 여러분들은 자유를 체험하고 있고 또 그들을 자유롭게 할 방법을 알아요. 많은 사람들이 탈북자라고 하면 지저분한 사람, 수준 낮은 사람으로 생각하는데 여러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구원해서 십자가로 데려가 같이 살아갈 사람으로 봐주는 것 같아요.”
아이들의 눈은 더 초롱초롱해지고 있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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