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은 왜 대중화되기 힘든 것일까? 우선 클래식이 가지고 있는 현학성 때문일 것이다. 즉 선율이 너무 복잡하여 이해하기 힘들고 감정 굴곡이 심하여 도대체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지 핵심을 포착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전문적인 듣는 연습, 연주 훈련을 통하지 않고는 쉽게 접근하기 힘든 것이 클래식의 단점이다. 그러나 클래식이 다소 심오한 면은 있지만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서 특별한 귀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음악은 직관의 예술이기 때문에 사실 누구나(나이를 초월하여) 이해할 수 있고, 약간의 인내만 있다면 누구나 친해질 수 있는 것이 음악의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다만 클래식의 작품세계가 너무 방대하다보니 하나의 작품에 따르는 듣는 인구가 극소수, 이를 상품화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클래식에는 또 3박자를 갖추어야하는 난제가 있다. 즉 작곡가가 있다면 그것을 연주하는 연주자가 있어야하고 연주자가 있다면 또 그것을 들어주는 청중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음악도 연주하는 중간 매체가 없다면 이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또 아무리 좋은 연주가 있다 해도 듣는 이가 없다면 이 역시 손님없는 잔치나 다름없다. 문제는 이 3박자를 고르게 갖추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독일의 첼리비다케(지휘자)는 따스한 감성을 전달할 수 없는 현장연주가 아니고선 음악이 아니라고했다. 때문에 첼리비다케의 위대한 연주를 직접 들을 수 있던 행운아들은 뮌헨의 극소수 뿐이었다.
영국의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오토 클렘펠러가 지휘하는 느린 템포는 거의 살인적인 수준이었다고 한다. 때문에 영국의 음악팬들은 그의 살인적인 템포를 견디기 위해서 또다른 차원의 귀가 필요했는데, 이는 듣는 이의 기호에 맞는 연주를 만나기가 얼마나 어려운 가를 말해주는 예라고 하겠다.
클래식에서는 연주인 못지 않게 듣는 이의 성향 또한 중요하다. 독일의 바그너는 독일의 3B (바하, 베토벤, 브람스) 못지 않은 위대한 업적을 남겼지만 듣는 이… 즉 그의 추종자였던 히틀러 때문에 그의 족적에 커다란 상처를 남기게 되고 말았다.
이스라엘에서는 바그너 연주가 절대 금지되고 있는데, 이는 그의 음악적 성향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었다. 이에 반해 베토벤 등은 그의 추종 세력 때문에 역사에 위대한 악성으로 남게 된 예였다. 로랑롤랑 등은 문인이었지만 “베토벤이야말로 인류의 위대한 스승이었다”며 그를 주제로 ‘장 크리스토프’같은 노벨 문학상 수상작품을 남겨 베토벤의 주가를 올리기도 했다.
역사에는 수많은 작곡가들이 탄생했지만, 지역적으로 따지면 독일이 가장 많다. 그 독일에서도 가장 위대한 작곡가 3명을 압축하면 아이러니컬하게도 모두‘B’로 시작하는 Bach, Beethoven, Brams 등이었다. 이들은 왜 위대했나? 바로 3박자를 갖춘 작곡가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독일의 3B는 자신들의 음악도 훌륭했지만 그들의 추종세력 또한 훌륭했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그들의 음악이 시대적 조류에 현혹되지 않고 인간내면의 향기를 담아냈기 때문이었다.
베토벤은 ‘바하의 위대한 예술에 사뭇 가슴이 뛴다’고 했다. 브람스는 베토벤의 절대 음악… 그 고전의 세계로 돌아가자며‘신고전주의’를 주장했고, 베토벤의 교향곡에 필적하기 위해 교향곡 1번을 작곡하는데 무려 20년이란 세월을 허비하기도 했다. 물론 그 자신 역시 철저한 고전주의로 일관, 대중성과 선을 그으며 위대한 3B로 남게됐지만 그것은 동시대와의 절연, 처절한 고독이 따르는 것이었다.
독일의 3B… 그 3박자 스파크의 건전한 동반자로 남는다는 것은 또다른 아픔, 고독이 따르는 길이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대중성과는 상관없는 외로운 길이었고, 또 위대한 길이었는지 모르지만…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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