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을 잡은 인간이 어떻게 타락해 가는가를 실험적으로 보여주는 것 중 하나에 ‘죄수-간수놀이’라는 것이 있다. 평범한 시민들을 죄수와 간수로 나누고 한 쪽은 죄수복을 입히고 감옥에 가두고 다른 쪽은 간수복에 몽둥이까지 쥐어준 후 감방 문을 지키게 한다.
처음 며칠 동안은 친구처럼 서로 웃고 즐기며 지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두 사람 관계에 변화가 생긴다. 한 사람은 점점 죄수처럼 비굴해지고 한 사람은 점점 죄수처럼 잔인해진다. 몇 주가 지나면 장난으로 시작한 것이 진짜 죄수와 간수 사이와 구별이 어렵게 된다. 압제자와 피압제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인간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한 때 ‘만사형통’으로 불리던 이명박 대통령의 큰 형 이상득 전의원이 10일 구속됐다. 지난 4년 반 동안 대통령을 넘는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군림하던 이 전의원의 구속은 공직자의 부패에 대한 분노보다는 허탈을 느끼게 한다.
이명박 집안사람 중 가장 똑똑하다는 평을 받던 그가 그 동안 뭐 하나 아쉬울 것 없이 살았을 텐데 뭐가 부족해 돈 몇 억을 받았다가 이렇게 망신을 자초하는 것일까.
그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을 자처한 이명박 정권의 실세들은 모조리 구속 중이다. 실세 차관 신재민, ‘왕차관’ 박영준, ‘대통령의 멘토’이자 ‘신통방통’이란 별명을 갖고 있던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등 이명박과 가까웠던 사람들은 줄줄이 감옥으로 가고 있다.
‘도둑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란 말이 나오는 게 이상할 것이 없다.
정권 말기에 정권 실세들이 감옥에 가는 것은 이제 한국의 정치의 뿌리 깊은 전통이다. 전두환 노태우 정권 때는 말할 것도 없고 김영삼 이후 민주 정부에서도 이는 끝없이 계속됐다. 아버지 밑에서 정권의 실세로 활약하던 차남 김현철은 구속돼 할복자살까지 기도했었고 김대중 대통령도 아들이 둘이나 구속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 뒤를 이은 노무현도 가족들이 금품을 받은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다 자살까지 했다. 이런 실례를 두 눈으로 지켜봤을 인간들이 똑 같은 잘못을 계속 되풀이 하고 있으니 인간은 정녕 이렇게 어리석은 존재인가.
부패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권력을 잡은 인간의 타락은 아주 오래된 문학적 주제의 하나다. 액튼 경은 ‘모든 권력은 부패하며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각국은 권력자의 부패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으나 지난 수십년 간 한국 정치사는 한국에서는 이 장치가 작동하지 않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정치권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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