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이후 미국은 4번의 불황을 경험했다. 그러나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을 계기로 시작된 최근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6개월에서 1년 정도로 기간이 짧았을 뿐 아니라 불황 후에는 빠른 속도의 회복을 경험했다.
그러나 이번 불황만은 어찌된 셈인지 공식적으로는 몇 년 전에 끝났다는데 대부분의 사람은 전혀 끝난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경제 성장률도 연 1~2%로 종전 회복기 3~4%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된다. 어째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연방 준비 은행이 11일 밝힌 자료를 보면 그 까닭이 어느 정도 감이 잡힌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가구당 평균 자산은 경기가 침체하기 시작한 2007년에서 바닥에 이른 2010년 사이 12만6,000달러에서 7만7,000달러로 무려 40%가 줄어들었다. 이는 인플레를 감안하면 90년대 초 수준으로 20년 동안 모은 재산이 3년 사이에 날아간 것이다.
이 재산 감소분의 3/4은 주택 가치 하락에서 온 것으로 지난 주택 버블 붕괴의 여파가 얼마나 컸던가를 실감하게 한다. 이와 동시에 가구당 평균 연소득도 2007년 4만9,000달러에서 2010년 4만5,000달러로 4,000달러나 줄어들었다. 재산 가치가 급감한데 이어 소득도 10% 가까이 줄었으니 소비할 여력이나 할 기분이 날 리 없다. 돈을 쓰지 않으니 소비가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미국 경기가 살아날 수 없는 것이다.
크레딧 카드 빚이 있는 가구 수도 6.7% 포인트 감소한 39.4%, 카드 밸런스는 16% 줄어든 2,600달러를 기록했다. 크레딧 카드가 아예 없는 집도 27%에서 32%로 늘었다. 크레딧 카드를 사용할 기력도 없는 것이다. 반면 교육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가구는 2007년 15%에서 19%로 늘어났다. 미 역사상 처음 교육 관련 부채가 자동차 론 액수를 넘어섰다. 나날이 늘고 있는 대학 학자금 부담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이번 불황으로 가장 고통 받고 있는 것은 중산층이다. 가구 당 소득 중간 60% 계층의 자산 가치가 가장 큰 비율로 감소했다. 저소득층은 정부 보조금을 받고 고소득층은 투자 소득이 있지만 중산층은 오로지 집밖에 없는데 미국 집값이 최고치에서 30%이상 폭락한 후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불황의 유일한 긍정적 측면은 빈부 격차가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주식과 부동산이 동시에 떨어지면서 부자들의 재산이 크게 줄어들었다.
한 때 ‘미국 부동산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며 지금이야말로 집을 살 때라고 떠들던 사람들이 그럴듯해 보이던 시절이 있었다. 순진하게 이들 말을 믿고 무리하게 집을 샀던 사람들은 지금 집을 차압당하고 파산했거나 아니면 융자금이 집값보다 많은 깡통 주택에서 고통스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주택 버블을 부풀려 미국 경제를 이 모양으로 만들고 수많은 인생을 망친 이들은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사죄해야 도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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