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엘공원은 놀이공원같다. 디즈니랜드같은 놀이 공원이 좋은 것은 자그마한 집들이 알록달록 구불구불, 삐뚤빼뚤, 서 있는 게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이다. 공원의 거의 모든 구조물이 상상속의 모형처럼 생긴데다 색색의 타일로 장식을 해서 예쁠 때는 경쾌하고 산뜻하고 사랑스럽다. 그
러나 정원 회랑은 전혀 다듬지 않은 돌들을 얹어 세운 기둥 돌 틈마다 비둘기들이 들어앉아 배설물로 더럽힌 깃털이 여기저기 붙어있고 음습하고 괴기로워 가까이 가기 싫었다. 각자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느냐의 문제다.
물론 자신의 취향이 없는 경우에는 남들이 좋다는 것에 그냥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살짝 비켜가면 되지만. 나는 실상 획일적인 게 싫어서 직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가우디의 요란한 장식의 곡선과 요란한 원색의 타일 조각들을 보고나니 흥겹다가도 조금은 어지럽다.
구불구불 등을 기댈수 있는 의자형태의 구조물로 둘러싸인 테라스는 여기저기서 온 관광객과 학생들로 가득차 활기로웠다. 어떤 때 그저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모든 게 흥겨워질 때가 있다.
프랑스에서도 느낀 거지만 스페인은 오랜 문화유산이 있어서 그런지 가는 곳마다 어린 아이들의 수학여행 행렬이 눈에 띈다. 유치원생 쯤으로 보이는 어린아이부터 중고등학생 정도의 아이들까지 재재거리며 몰려다는 것이 예뻤다.
특히 아주 어린 아이들은 잃어버릴까봐 한줄로 세워놓고 앞의 아이의 옷자락을 붙들고 기차놀이 하듯 걸어가게 하는게 너무 귀여웠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에도 초등학교 저학년 또래의 애들이 묵었는데 몰려다니며 새소리처럼 드높게 지저귀는 것이 이제는 할머니가 되어놔서 귀찮기보다는 오히려 예쁘고 보배롭다.
미국의 어린애들을 보면 기껏 동물원이나 소방서 같은 곳으로 필드트립을 가던데 미국도 세월이 삭혀주는 예술의 깊이가 생겨 어느 날에는 예술가의 발자취를 찾아 문화기행을 할수 있는 터전이 마련됐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가우디의 작품을 보면 디즈니랜드에 가 있어야 할 것을 도시 여기저기, 아무데나 부려놓은듯 언뜻 생뚱맞기도 한데 장란처럼 주물러 내도 도시 곳곳에 자리를 내주고 돈대주고 모셔두는 사람들이 있던 그는 얼마나 운이 좋고 인생을 즐길 수 있었던 사람인지.
고딕 지구에 있는 오래된 캐테드랄에서는 미사를 드릴 수 있었다. 매주 일요일 정오에 성당 앞 광장에서는 카탈루냐 민속 전통춤들을 추러 모여든 사람들로 빼곡하다. 칼로스 루이스 사폰의 소설에도 캐테드랄 앞에서 일요일 정오에 함께 모여 사르다나라고 하는 민속춤을 추는 군중을 배경으로 쓴 장면이 있던데 직접 보니 아는 사람 만난듯 반가웠다.
바르셀로나는 오랜 역사가 있는 도시여서 돌로 덮혀진 구불구불한 골목들이 그윽하고 운치있다. 그 좁은 골목속에 작은 유적지들과 작은 상점, 뮤지움들이 보석처럼 박혀있다. 피카소 뮤지움도 고딕지구에 있고 가우디가 처음 만든 공공작품이라는 레알 광장의 가로등도 구시가에 있다.
그리고 피카소가 젊었을 때 친구들과 자주 어울려 다니며 들른 곳이라는 캬트로 가츠라는 식당은 피카소가 메뉴판도 그려주었다는데 그 메뉴판은 피카소 뮤지움에 있고 그 식당은 그림속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콰트로가츠 레스토랑앞은 단체로 온 수십명의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사람씩 돌아가며 메뉴판 앞에서 사진을 찍느라 법썩이다. 우리는 개인으로 왔으니 따로여행의 특권을 맘껏 누리자 싶어 식당에 들어갔다. 인테리어도 피카소가 그린 메뉴판이나 여행잡지에서 본 사진 그대로의 모습이어서 마치 그전에 와 봤던 것만 같다.
그림 설명
’가우디의 구엘 공원-작은 집과 정원의 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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