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에 보면 진주를 개나 돼지에게 던지지 말라는 말이 있다. 진귀한 것이란 대개 일상에서는 그 가치가 쉽게 발하지 않는 법이다. 사람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영혼의 진주란 흔치 않다. 그것은 남에게 꿈을 주는 것도 힘들지만 그러한 꿈을 받아들일 수 있는 영혼 또한 귀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3대 오케스트라 중의 하나인 필하모니(오케스트라)의 창설자 오토 클렘펠러(지휘자)는 젊은 시절 말러가 준 명함 한 장을 평생 신주단지처럼 간직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오토 클렘펠러는 유태인이었고, 당시 잘나가던 유태계 음악가 말러가 준 추천서(명함) 한 장이 얼마나 자랑스러웠을지는 가히 짐작이 가고 남는 일이다.
그러나 대외적인 천거가 아닌 명함 한 장이란 어디까지나 주는 자의 존재를 더 과시하기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흔하다. 비록 추천의 의미(싸인)가 담겨 있었다고는 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말러가 내세워진, 말러의 명함이었다. 그런 흔한 명함 한 장을 마치 가문의 영광처럼 평생 간직했다는 것은 당시 말러의 존재가 유태인 사이에서 얼마나 대단했는가를 짐작케하고 남는 사항이라고하겠다.
말러는 다소 지엽적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 작곡가였다. 그가 유태인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성향이 염세적인데다가 작곡범위 또한 교향곡 분야에만 국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말러는 바하, 베토벤, 브람스로 이어지는 독일 3B계보에서 한참 밀려난, 적어도 독일 낭만주의 혈통에서는 서자였을 뿐이었다. 그의 생명력은 유태사회 및 그 성원에 힘입은 바, 어디까지나 유태주의에 그 근간을 둔 것이었다. 요사이 말러 붐이 대단한 모양이다.
SF 심포니는 거의 매년이다시피 말러 페스티발을 펼치며 마치 말러없이는 먹고살기(?) 힘들다는 듯이 아우성이고 세계적인 추세를 봐도 요즘은 말러(연주)가 대세다. 1세기 전만해도 작곡가보다는 지휘자로서 더 알려져 있던 말러의 존재가치가 왜 이처럼 갑자기 급상승하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세계 음악계의 세대교체, 그리고 젊은 연주가(지휘자)들 사이에서 말러의 인기가 들끓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말러 연주(지휘)가 그 지휘자의 역량을 재는 바로미터(평가기준)나 되는 것 처럼 너도 나도 앞다투어 말러 연주에 호들갑들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말러에게 있어 (금세기 세계 음악계를 틀어쥐고 있는)유태인이라는 단어를 빼고도 ‘말러 대세’라는 공식이 변치않고 남을지는 상당히 의문시된다.
말러는 현재보다는 과거(말러생존당시)에 더 큰 존재감으로 다가온다. 우선 말러 시대(1860-1911)에는 현재와는 달리 유태인이 음악활동을 하는 것은 그렇게 수월하지 않았다. 물론 아직 히틀러가 출현하기 이전이었지만 유럽사회에서 유태인들의 존재는 그렇게 달갑지만은 않은 것이었다. 당시에도 유태계 음악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었지만 기반은 그렇게 탄탄한 것은 아니었고 말러를 말러되게 한 것은 순전히 그의 재능 때문이었다.
그가 발표한 교향곡 1번(거인), 2번(부활)등은 일부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말러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큰 반향을 불러왔다. 말러는 뛰어난 작곡재능에도 불구하고 지휘를 동시에 하지 않으면 안 됐는데 당시 음악가(작곡가)들의 패턴이 그렇다하더라도 생계에 대한 압박은 유태인들에게 있어서는 더욱 현저한 것이었다. 말러는 결국 과중한 업무와 유전적 질병이 겹쳐 51세를 일기로 일찍 타계하고 말았다.
그러나 말러가 남긴 웅혼한 교향악… 그 예술정신은 역경의 유태인(음악가)들에게 큰 자긍심과 용기를 북돋아 준, 인간 승리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유태인들의 약진으로, 1세기가 지난 뒤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말러에 대한 평가보다는 너도나도 앞다투어 말러주의가 팽배하고 있다. 세상이란 어차피 혹독한 검증의 칼날 아래 누구나 한번쯤은 죽어야하며 또 그 칼날 아래서 살아난 자들만이 비로서 하나의 아름다운 이름으로 역사에 길이 남겨지는 법이리라. 말러라고 이에 벗어날 수는 없다. 검증없는 말러주의를 결코 용납할 수 있을까? 다만 말러와 클럼펠러의 이야기는 또다른 차원이다.
이름에 대한 존경은커녕 한 사람의 가치가 휴지조각보다 못한 요즘… 말러와 클렘펠러의 이야기는 메마른 세상에서 음악을 더 아름답게 들려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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