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폭동 20주년이 되었다. 강산이 두 번 변했을 세월이다.
1991년 3월3일 백인 경찰들이 흑인인 로드니킹을 집단 구타하는 현장을 인근 주민이 촬영하고 이 비디오를 3월5일 KTLA-TV가 방영함으로써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흑인사회가 분노하기 시작하였고, 급기야는 4월29일 시미 밸리 지방법원에서 로드니킹을 무차별 구타한 경찰관 3명을 무죄로 석방하고 한명만 경범으로 판결하자 흑인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시위는 흑백 인종 간 감정문제로 비화되었고, 방화와 약탈로 번지면서 사우스센추럴을 벗어나 한인타운 상가로 확대되어 속수무책의 상황에 이르렀다. 한인 대학생 이재성 군(당시 19세 산타모나카대)이 총탄을 맞고 사망했고, 한인 자영업자들은 졸지에 재산을 잃는 불행한 처지에 이르렀다.
당시 한인들의 피해상황은 LA에 본부를 두고 있는 ‘신요도 USA’의 통계 기준, 2,300개 업체가 피해를 입었다. 중국인 경영 피해업체는 262개. 필리핀계 25개 일본계 10개로 나타났고, ‘LA 4.29 폭동의 실상’(차종환 민병용 강득휘 공저)에 의하면 불에 타거나 약탈을 당한 한인경영 업체 수는 1,971개에 달한다.
얼마나 다급한 상황이었으면 톰 브래들리 당시 LA 시장이 비상사태를 선포하였고, 뒤를 이어 윌슨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캘리포니아 전역을 비상사태 지역으로 선포하면서 방위군 2,000명을 투입하였겠으며, 마침내는 부시대통령이 LA 지역을 재해지역으로 선포하는 극한의 상황에까지 이르렀겠는가. 이는 한인이민 백년사상 가장 뼈아픈 비극이요, 불행한 역사로서 미국 역사상 12번째의 큰 폭동으로 기록되었다.
폭동은 3일 만에 종료 되었으나 사망 58명 부상 2,383명 검거 1만8천명, 재산피해 7억5천만 달러의 피해를 낸 엄청난 사건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조상들로부터 ‘은근과 끈기’를 민족혼으로 물려받은 강인한 백성이다. 이런 힘이 중국과 일본의 끈질긴 침공 속에서도 굳세게 버텨내 오늘날 세계적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게 한 것이다.
‘좌절 속에서 비전’ - 이는 우리 겨레가 항상 지녀야 할 고귀한 좌우명이다. 소련의 시인 네크라소프의 말처럼 “슬픔도 노여움도 없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지 않는 자다.”
이제 우리의 이민 역사가 100년을 넘어섰고 미주동포의 수가 200만을 상회하는 시대가 되었다. 전 세계의 해외 동포수가 700만 명이 넘는다면 이는 과연 우리나라의 영토 확장된 현실이며 국력 신장의 결과다. 우리는 과거의 뼈아픈 상처에서 벗어남을 지체해서는 안 된다.우리의 후손들이 뿌리를 내려야 할 광활한 아메리카 대륙이 눈앞에 전개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바른 정신의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김을 매고, 또 풍성한 열매가 맺히도록 지주를 세워 주어야한다.
선각자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씀처럼 우리가 오늘 이 땅에 돌배나무를 심는다면 우리의 후손들은 먼 후일 딱딱한 돌배를 따면서 못난 조상들을 원망할 것이요, 참배나무를 심는다면 저들은 단물이 가득차고 싱그러운 참배를 거두면서 선조들에게 감사할 것이다.
그러나 역사의 과오는 용서는 하여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다시 같은 불행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20년 전 잿더미 속에서 오늘의 한인타운을 건설한 우리 동포들, 국내외 사람들의 관광코스가 된 코리아타운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고 자랑스러운가. 행복한 내일은 주어진 오늘의 과업을 땀 흘려 수고하는 자의 것이다.
정용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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