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란 너와 내가 아닌 3인칭을 지칭한다. 음악 역시 마음에 들려오지 않는 한 제 3인칭에 불과하다. 음악은 감정을 표현하는 예술이다. 감정이입이 없으면 제 아무리 아름다운 명곡이라고해도 한갖 소음에 불과할 뿐이다. 심리학자 프로이드는 자신에게 가장 큰 고문 중의 하나가 바로 누이가 치는 피아노 소리였다고 한다.
이때문에 그는 음악을 증오(?)하게 되었고 그의 심리학에는 음악이 결코 반영되지 못했다.(요즘 유행하는 음악의 심리치료같은 것은 적어도 프로이드에게서 출발한 것은 아니었다)
음악이 없는 인생… 그것은 마치 건강한 사람에게 지팡이가 필요없듯, 없어도 아무런 불편없이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영혼(혹은 육체)이 병들었을 때… 이야기는 달라진다.
얼마전 우연히 ‘Tokyo 소나타’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이 작품은 2008년 칸느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은 작품으로, 영화의 제목이 말해주듯 도쿄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줄거리는 무척 단순하며, 또 음악이라야 끝장면에서 단 5분밖에 흐르지 않는, 소위 음악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그 5분이야말로 바로 이 영화가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중요한 장면이다. 도쿄… 겉으로는 화려해도 그 속에서 살아가는 군상들은 매일매일이 전쟁(절망)이다. 아버지는 회사에서 무단해고, 이를 가족들에게 숨긴채 하루하루를 전전긍긍 살아가고, 어느날 이를 우연한 발견한 엄마 역시 집안에 무단 침입한 사내(강도)와 도피행각을 벌이는… 나락의 구렁텅이로 빠져든다. 아버지는 어느날 아들(초등학교 졸업반)이 피아노를 배우겠다는 말에 폭력까지 휘두르며 이유없는 증오심을 폭발하게 된다.
아버지는 왜 그처럼 (피아노 소리를 듣자마자)광분했던 것일까?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소년는 절망 속에 거리를 방황하게 되고 아버지는 청소원으로 전락, 어느날 화장실에서 발견한 돈봉투를 감춰 도망치다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엄마 역시 함께 도망치던 사내의 자살로 큰 충격을 받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를 절규한다. 시계 제로… 한치 앞도 엿볼 수 없는 도쿄의 군상들… 극한의 절망속에서 반전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바로 소년의 피아노였다. 소년은 피아노 선생의 권고로 결국 음악학교를 지원하게 되고, 오디션장에서 흐르는 소년의 눈부신 피아노 선율은 결국 아버지의 눈에서 눈물을 뽑게 한다.
전화위복이란 말이있다. 살다보면 어려운 일이 닥치기 마련이고 이럴 때 간혹 화가 복이 되기도 한다는 말이다. 아마 중학교 때의 일이었던 것 같다. 당시 최대 관심사는 (청소년) 소설을 읽는 것이었다. 학교 도서관과 학교 근처 사립 도서관에는 청소년들에게 인기있던 탐정소설과 만화책 등이 무진장하게 있었다. 방과후에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다거나 공터에서 친구들과 공을 차는 시간이야말로 무료한 학교생활에서의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수를 셈하거나 계산하는 것을 지겨워했던 나는 수학시간과 콩나물 대가리를 오르락내리락 계산해야하는 음악시간만큼 따분한 시간이 없었다. 음악(감상) 시간만 되면 늘 책상 밑에 책을 감추고 딴짓하기 일쑤였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음악 선생님에게 죄송하고, 베토벤(선생)에게도 불경한 일이었다.
산다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알다가도 모르고, 행복이 불행이 되는가 하면 불행이라고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인생이란 늘 자기중심의 아집에 빠져 동전의 앞면만 보고 살아간다. 주위에 누가있는지 무엇이 있는지 관심조차 없다. 아픔이란 많은 경우 찾아오지만, 또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기도 하다. 과유불급… 앞만 보고 살아가는 우리는 늘어나는 욕구… 그 숫자(물량)적 성취(감)만 보이지 그것이 또한 얼마나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고 영혼을 짓누르고 있는지는 잘 헤아리지 못할 때가 많다.
‘도쿄 소나타’의 이야기는 참으로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그것은 제 3의 공간이 없는 삶이 얼마나 고달픈가 하는 점이다. 사회란 숨막히는 너와 나의 단절된 공간이기도 하다. 삶의 브레이크… 그 숨쉴 공간(전환점)이 없는 삶이란 그저 시간폭탄일 뿐이다.
사람은 무언가를 극렬히 증오할 때 조차도 무언가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 문이 열려있는 존재이다. 그것이 ‘도쿄 소나타’에서처럼 극적일 때 더 감동적일 수 있는 것이겠지만…
음악이 없는 삶… 그것이야말로 프로이드에게서 처럼 (잠재의식 속의)욕구, 그 연장선일뿐은 아닐까? 박수 없는 5분간의 연주… 그것이야말로 깊은 터널…그리고 터널 밖… 그 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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