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타이어 업계 최초로 같은 제품으로 레드닷과 iF 등 세계적 디자인상 2개를 받은 금호타이어 디자인팀 연구원들. 앞줄 왼쪽부터 박재필, 이재문, 뒤쪽 왼쪽부터 정해동, 서욱, 박창중, 박인희, 한재현, 김태민 연구원. <금호타이어 제공>
누구나 하루에도 수백, 수천대의 자동차를 보지만 타이어를 똑바로 보는 이는 많지 않다. 다양한 모양과 다채로운 색으로 존재감을 뽐내는 차를 보기도 바쁜데, 차를 떠받드는 까만 동그라미 고무까지 신경 쓸 사람은 ‘매니아’가 아니고선 드물다.
하지만 타이어는 안전상으로나 미적으로 차체만큼이나 중요하다. 24시간, 365일 타이어만 생각하고 연구하는 금호타이어 제품 디자인팀 디자이너들이 최근 큰일을 냈다.
세계 타이어 업계에서 사상 처음 한 제품(엑스타 LE 스포트)으로 세계 3대 산업디자인상 가운데 2개(독일의 레드닷과 IF 디자인 어워드)를 동시 수상한 것. 타이어 옆면(사이드 월)에 날아가는 학의 모습을 새겨 넣어 “고급스러움을 표현한 창의력이 돋보인다”라는 찬사를 받았다.
박재필 선임연구원은 타이어 디자이너는 외롭다고 했다. 그는 “국제 모터쇼를 가도 모두들 화려한 차를 쳐다볼 때 우리는 허리 숙여 타이어만 본다”며 “며칠 밤 꼬박 새고 디자인을 새로 바꿔도 연구소 엔지니어들조차 ‘뭐가 바뀐 건지 모르겠네’라고 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타이어 디자인은 그만큼 티가 나지 않는 일이다. 이재문 선임연구원은 “지면과 맞닿는 부분(트레드)에는 부호 같은 점과 선만 가지고 모양을 내야 한다”라며 “그나마 맘껏 디자인할 수 있다는 사이드 월 공간도 제품 정보 부분을 빼면 40㎜(폭), 200㎜(길이) 정도”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밑바탕은 검정이니 색을 표현하는 건 아예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타이어 디자인에 목숨을 거는 것은 왜일까. 박 연구원은 “타이어 제작의 첫 단계는 트레드의 패턴을 만드는 것인데 여기서 타이어 성능의 70%가 결정된다”며 “홈의 깊이, 선의 길이에 따라 물이 빠져 나가는 양과 시간, 브레이크를 밟을 때 멈추는 거리, 타이어가 닳는 정도 등이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사실 타이어에 홈을 파기 시작한 것도 물을 빨리 흘러나가게 해 자동차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물이었다. 박창중 연구원은 “선과 홈 하나에도 과학이 담겨 있다”라며 “연구소에 수백억원짜리 슈퍼 컴퓨터를 두고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끊임없이 시뮬레이션 한다”고 밝혔다.
대부분 산업디자인 전공이지만 이 곳 디자이너들은 입사 때부터 기계공학을 공부한다. 박인희 연구원은 “디자인을 바꾸려면 새 디자인으로 타이어의 성능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엔지니어를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는 2년 전 3명이었던 디자이너를 지난해 8명까지 늘렸다. 노국희 제품 디자인팀장은 “경쟁사들도 2년 사이에 디자이너 수를 2배 가까이 늘렸다”며 “성능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디자인이기 때문에 디자인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라고 말했다.
박동주 상무는 “완성차 회사들은 친환경, 고연비 달성이라는 목표를 향해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타이어 회사도 거기에 맞는 제품 만들기에 열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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