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입대를 위한 입대영장을 기다리는 동안 왕복으로 8마일(12.8km)이나 걸어서 동해안 해변에 있는 수녀원 성당(수녀님들이 양로원과 고아원을 운영) 새벽 6시 미사에 거의 1년 이상 참례했다. 겨울철 새벽 3시30분 일어나 수녀원 성당에 가면 때로는 5시 또는 5시30분에 도착한다. 수녀원 출입문이 아직 잠겨있다. 칠흑같이 어둡고 칼날같이 차가운 새벽녘 수녀원 출입문 밖에서 약 30분정도 추위와 사우면서 기다리다보면 5시 50분경 수녀님들이 나와 문을 연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젊은 청년들은 의무적으로 군복무를 해야 하는데 당시는 3년의 군복무를 마쳐야 한다. 군복무를 도저히 할 수 없는 의사의 진단서가 첨부된 신체상의 결함이 있는 젊은이들 또는 노동력이 전연 없는 노부모를 부양해야하는 외동아들의 경우 또는 정신장애 등 군복무가 사실상 불가능한 젊은이들은 제외가 된다. 군복무 영장 통지서가 해당되는 젊은이들에게 부모를 통해 전달되면 반드시 영장에 응해야 하는 강제성을 뛴 강력한 병력법이다. 재력이 있는 부모들 군 장성의 아들들 정치적인 배경이 튼튼한 부모의 아들들은 모든 젊은 남성들에게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병력 법을 교묘히 피해 병력에 응하지 않은 사례도 당시는 허다했다. 그러다보니 재력이 없고 힘의 배경이 없는 가정의 자녀들만 결국 병력의무를 순순히 응하는 불공정한 병력행정이 공공연하게 판을 치는 골이 깊은 부조리 사회였다. 이러한 사회적인 부조리가 너무나 뿌리 깊게 만연되어 부당한 방법으로 자기자식을 군 영장에 불응하는 경우를 당시 사회에서는 마치 법위에 자유롭게 사는 특권을 가진 것처럼 자랑스럽게 우쭐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준법정신은 국민들로부터 무시당하고 푸대접 받는 사회적인 분위기였기에 법을 자신의 장난감처럼 생각하고 법을 지키지 않은 사람들이 오히려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처럼 부정부패가 만연된 사회 분위기였다. 부정부패를 자유자제로 행사하는 것을 오히려 출세하는 지름길 것처럼 착각하는 파렴치한 얌체족들이 판을 치는 사회였기에 법의 기강이 바로 선다는 것은 동화책에서나 나오는 요원한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법을 지키고, 바르고 정직하게 살고, 나라와 국가를 염두에 두면서 성실하게 살아갈 때 자신의 미래가 있을 수 있다는 올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당시로서는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처럼 취급을 받을 정도였다. 그러다보니 누구든 법을 어기는 일에는 스스럼없이 뛰어들고 법을 어기고도 대접받고 남들 위에 어시 되며 살 수 있다는 점이 일반국민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골이 깊은 위화감이 만연한 사회였다.
군이란 특수 조직 안에서 군이 요구하는 어려운 특수훈련을 받고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높은 사명감과 긍지를 가지고 주어진 임기동한 있을 수도 있는 생명의 위험을 항상 감수하면서 일정기간의 군복무를 마쳐야한다. 더군다나 이북의 도전 내지는 남침의 가능성이 언제나 상존하는 불안한 위기를 염두에 두어야하기에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는 상황에 자기의 귀중한 아들들을 군에 입대시키는 것은 부모로서는 너무나 무거운 희생이며 고통이다. 부모들은 자기 자식들이 군 입대를 면제 받을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군 면제의 길을 택한다. 당시 제력이 있는 사람은 돈으로 정치적 배경이 있는 사람은 정치적 압력으로 고위 장성들은 본인의 높은 지위 남용으로 자기 자녀들의 군 입대를 변칙적으로 면제 받을 수 있는 힘 있는 사람들이였다. 이상의 계층에 제외되는 일반국민들은 자기 자식이 군 입대에 면제받는다는 것은 꿈에나 생각할 수 있는 불가능한 현실이다. 점차 뿌리가 내려지는 신앙의 눈으로 당시 현실의 부조리를 볼 때 나는 개탄자지 않을 수 없었다.
(가톨릭 샌프란시스코 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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