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시코드 거장 레온하드, 지난 달 타계
▶ 마지막 제자 김정혜씨 본보 기고
합시코드의 거장이며 세계적인 올겐니스트, 지휘자인 네델란드의 구스타브 레온하드씨가 지난 1월16일 83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뉴욕타임즈 등 세계적인 언론들은 1월17일 레온하드씨의 타계 소식을 일제히 전하고, 세계적인 합시코드 주자로서 또 바로크 원전 연주를 위해 이바지해 온 레온하드의 업적을 높이 치하했다. 베이지역에서 활동 중인 합시코드 주자이며 고인의 마지막 제자였던 김정혜씨는 고인이 합시코드의 일인자였었을 뿐 아니라 제자들에게 따뜻한 애정을 배풀었던 훌륭한 인격자이기도 했다며 그의 밑에서 배울 수 있는 영광을 배풀었던 고인에 대한 추모의 글을 본보에 기고했다. 다음은 김정혜씨의 기고 ‘레온하드의 회상’. <편집자주>
합시코디스트, 원전음악의 대가이신 레온하드씨가 지난 1월16일 83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고인은 바로크 시대 당시의 원전 연주기법, 이론 등을 통해 원음음악의 길을 개척한 분으로, 세계 바로크 원전 연주의 선구자이셨다. 합시코드는 물론 올겐, 지휘자, 챔버 오케스트라의 단장으로 음반 또한 수백개에 달하고, 니콜라스 하닝코트와 함께 1971년 부터 원전악기로 바하의 칸타타 전곡을 녹음하신 분이기도 하다. 레온하드의 모습은 1968년에 제작한 영화 ‘바하의 일생’에서, 바하역으로 출연한 선생의 모습을 DVD로 볼 수 있다. 고인은 또 원전악기 연주를 세계에 알리고자 수많은 제자들을 키워내신 분이기도 하다. 트라벌 페낙, 윌리엄 크리스티, 리사 크라폴드… 그리고 한인으로서는 유일하게 내가 그의 밑에서 배울 수 있는 영광을 가졌다.
선생님의 가르침은 무엇보다도 항상 겸손할 것을 강조하셨다. 연주의 길은 배운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며 끈임없는 자기개발을 독려하셨다. 선생님은 늘 5명 이상의 학생을 가르치지 않으셨고 내가 배울 때는 단 3명에 불과했다. 매주 한 번씩 있었던 암스텔담에서의 레슨은 지금 생각하면 영광이고 특권이었다. 암스텔담에 처음 도착했을 때 배를 타고 댐을 구경했었다. 당시 투어 가드가 이곳 저곳을 설명하면서, 레온하드의 집을 가르켰다. 그곳은 바로 암스텔담의 현대미술관이 있는 바로 옆 집이었다. 지금도 레슨후에 가방을 들어주시고 층계를 조심하라며 배웅을 해 주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마치 어제 일처럼 선하다.
선생님께서는 암으로 투병하시면서도 지난 해 12월12일 파리에서 마지막 합시코드 리사이틀을 열기도 하셨다. 공연이 다 끝난 후에야 몸이 안좋아 당분가 청중들과 만나지 못할 것 같다고 하시고는, 한 달 후에 돌아가셨다. 한 음악인으로서, 과연 나는 선생님처럼 육체의 고통 속에서도 그처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할 수 있을까, 존경스러운 마음을 금치 못한다.
선생님을 늘 그렇게 모든 면에서 조용하시고, 겸손했으며 인격을 갖춘 음악인이셨다. 선생님은 그의 이름에 걸맞게 사자(Leon)처럼 삶에 용감하셨으며 일생을 통해 그의 이름에 한점 부끄럼없는 삶을 사셨다. 1월16일… 네덜란드의 인간 문화재이시고 수백 개가 넘은 음반, 많은 제자들을 배출했으며 바로크 음악을 사랑하는 수많은 추종자들을 뒤로하고 선생님은 조용히 세상을 떠나셨다. 그 인자하신 모습과 그가 남긴 발자취, 그 선구자적 업적은 나의 생명이 다할 때 까지 길이 남을 것이다.
▷참고 : 2월26일 본보 커뮤니터 홀에가 열릴 예정이었던 김정혜와 미라블 앙상블의 ‘바로크 특별 연주회’는 본보 커뮤니티 홀 사정으로 올 가을로 연기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한편 김정혜씨는 이번 주말 (18일,저녁 7시 30분) 브리스베인에서 ‘17세기 스페인 음악’이라는 제목으로 바로크 연주회를 가질 예정이다.(연락처: 415-305-2279)
레온하드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합시코드 주자 김정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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