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온지 20년 정도된 어느 중년부부의 이야기이다. 두 부부의 나이가 쉰쯤 되었을 때 자녀 3명 중 막내가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다. 다른 지역의 대학에 진학한 막내가 학교 기숙사로 집을 떠나자 마자, 두 부부는 약속이나 한 듯이 빠르게 절차를 밟아 이혼을 하였다. 갑작스런 부부의 이혼에 자녀들은 물론, 주위 사람들도 매우 놀랐다. 두 부부는 소문난 잉꼬부부 정도는 아니었으나 특별히 싸움이 많거나 문제가 있는 부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들은 이미 오래 전 부터 이혼을 생각하고 있었고 막내의 대학진학은 이제 그들에겐 이혼의 때가 되었다는 의미였다. 이 부부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일사천리로 이혼절차를 마치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대답은 간단하다. 겉으로 보기와는 달리 오래 전부터 둘 사이의 관계는 이미 끊어져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친밀한 사랑의 관계는 이미 잊어 버린 채 20 여년을 한 집에서 살아왔다. 서로 인간적으로 감정적으로 교류하지 않은 채, 남 아닌 남으로 살아온 것이다.결혼생활의 바탕을 이루는 것이 무엇인가? 바로 부부간의 사랑의 관계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러한 사랑의 관계 없이 결혼생활을 겉으로만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공허한 결혼생활인가?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일년 전쯤 사십대의 젊은 CEO의 장례식에 참석한 기억이 난다. 이 젊은 CEO는 대단히 유능한 사람이었는데, 그만 과로로 인한 뇌출혈로 쓰러진 후 약3개월 후에 죽고 말았다. 그는 일을 가장 사랑했었는데, 그것이 오히려 그를 요절로 인도하고 말았다.장례식 순서 중에, 인상적이었던 것은 가족과 지인들이 고인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부분이었다. 부인이 나와서 그가 생전에 어떤 남편이었는지를, 이어서 딸이 생전에 그가 어떤 아빠였는지를, 그리고 그의 살아계신 부모님이 나와서 고인은 어떤 아들이었는지 이야기한 후에, 마지막으로 직장 동료들이 그가 어떤 친구였는지 지난 일들을 이야기 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은 그에 대해 많은 걸 이야기하지 못했다. 그는 늘 사람보다는 일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쁘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우리의 삶이지만, “관계” 만큼은 희생되지 않아야 한다.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본질이며 행복의 원인이 되는 것이 바로 “관계” 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지금의 배우자가 당신에 대해 말한다면, 당신을 어떤 남편으로, 어떤 부인으로 이야기 할까? 당신의 자녀는 당신을 어떤 아버지로, 어머니로 이야기 할까? “본질을 놓친다” 는 말은 주의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하는 말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삶 속에서 실제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결혼생활에서는 친밀한 관계가 없는 배우자와의 생활, 신앙생활에서는 하나님과의 친밀한 영적 교감이 없는 활동 모두 본질을 놓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본질을 놓치면 공허해진다.기독교 신앙에서도 역시 관계가 빠지면 모든 것이 공허해 진다.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성도와 예수님과의 사랑의 관계이다. 신앙생활도 이것만 쏙 빼고 공허하게 할 수 있다. 예수님은 모든 사람과 통하시는 분이시다. 예수님의 능력 중에 전능한 능력 이라는 것은 사람으로서는 할 수 없는, 모든 사람과 친밀하고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을 일컫는 말이다. 예수님은 모든 사람과 친밀하게 통하시는 분이고 또 그것을 원하신다.
관계에 충실한 삶이야 말로 본질과 행복을 잃지 않는 삶이라 할 수 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뜻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여, 너의 하나님이신 주님을 사랑하여라. 둘째는 이것이다. 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여라.’ 이 계명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 (마가복음 12장 30절-31절 / 새번역)
(산호세 영락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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