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녁7시인데 벌써 주택가에는 어둠이 가득하다.
잠기지않은현관문을열고그녀의아들이름을부르며들어서자K자매가며칠을앓고난헬슥한모습으로맞이한다.얼마전교통사고로세상을떠난그녀의아들이름을부르며그집문을들어서는것은나의오래된습관이고그녀역시자신을소개할때항상아무개엄마로호칭한다. 그녀는주변사람들의뇌리속에서아들의이름이잊혀져가는것이서러워아직은그호칭으로불리는것을좋아한다. 거실에혼자켜있는TV는단지적막함이두려운그녀가벗삼아틀어놓은것일뿐이라는것을왜짐작하지못하겠는가! 며칠전에는사무치도록아들이그리워서아무도몰래혼자서펑펑울고났더니병이났단다. 일년이나이년후에볼수있다는기약이있다면아니! 10년후에라도볼수있다는기약만있다면참을수있을텐데… 에미의눈에서뚝뚝떨어지는눈물이그냥그리움덩어리그자체이다. 그사무치는그리움을안고생명이끝나는그날까지가야한다는것이얼마나큰아픔인지겪지않은사람은느끼지못하리라. 나는머리로만고통을알뿐이고그녀는가슴으로뼈져리게안다.
고독과그리움이라는단어가내게는사치스러운언어의나열이고그녀에게는시리디시린단어이다. 거실에펴놓은따뜻한전기장판위로담요를덮고퍼질러앉아에미는가슴에묻은아들을그리워하며울고나는따라울었다. 그런데눈물로범벅된그녀의입에서놀라운신앙고백이나왔다. 얼마전한국에있는친지들과통화하면서한가지신신당부를했단다.
“나를복없는여자라부르지마세요. 자식을앞세웠다고박복한여자라부르지마세요. 우리아들은천국에가있고나는하나님의딸이되었으니나는결코복없는사람이아닙니다.”
준비되지않은죽음은얼마나큰고통이던가! 아들장례식이있던날새벽, 교회문을열고들어선그녀가절규하며 “ 오! 하나님! 나보다더아픈사람있으면보여주세요. 나보다더아픈사람있으면나와보라고하세요? 어디있어요?”하며몸부림을치고울부짖었었다.
오늘그녀는말했다. 나는이제나처럼아픈사람들보다조금앞서서그길을먼저가고있는사람이되었어요. 나처럼삶의모든희망이었던사랑하는이들을잃은사람들의고통이어떤것인지이제는정말로알고느껴요. 다른사람들이내고통을이해하지못해도섭섭해하지않아요. 나도내가겪기전까지는느낄수없었으니까요. 이것은내가원한길이아니지만그래도하나님께감사하면서가야지어쩌겠어요.”
그날새벽그녀의절규는그녀의또다른사명의부르짖음이아니었을까? 그녀는오늘도죽은아들을그리워하며하루에도수없이대화를한단다. “ 아들아! 엄마장하지! 나오늘도잘견뎠다! 잘했지? 그리고다른이들에게말한다. “나를복있는여자라불러주세요. 나는박복한여자가아닙니다.” 눈물흐르는그녀의얼굴에서나는예수님의어머니마리아의모습을보았다. (눅1:48) “이제후로는만세에나(마리아)를복이있다일컬으리로다”창세이후로세상끝날까지모든여인중에가장복된이가누구인가? 예수님의어머니마리아가아닌가! 그러나그녀의일생은어떠했던가? 남자를알지못하는순진한시골처녀인그녀가어느날성령으로잉태되어아들을낳았다. 남편요셉의울타리안에서보호를받았지만주변의시선은곱지않았다. 그나마성품이너그럽고착한남편은여러자식들을줄줄히두고먼저세상을떠나청춘에과부가되었다. 큰아들이아버지의가업을이어목수의일을해서집안살림을꾸려나갔는데나이 30이되어이제제법가장역할을해줄수있는든든한나이가되었을때집을나가버렸다.
그아들을어떤이들은정신병자취급을하고종교지도자들은신성모독죄로몰아정치인들과결탁하여죽여버렸다. 남편겸의지해온아들이 33살젊은나이에십자가의극형에처해지는피흘리는현장에,그에미가바로거기에가슴에칼이꽂혀피흘리는아픔으로함께있었다. 에미의가슴에서흐르는피눈물의고통이어찌십자가에서흘리는아들의피와하나되지않았겠는가! 우리는그런여인마리아를세상에서제일복된여자라고부르고있지않는가!
예루살렘에사는경건한노인시므온이어린아기예수를품에앉고성전에온마리아에게예언했다. (눅 2:35) “칼이네마음을찌르듯하리니이는여러사람의마음의생각을드려내려함이니라”
성탄절이가까와오는밤, 가슴을칼로찔린상처를입은한에미가 “ 나를복없는여자라부르지말아주세요.
(알마덴 한국학교교장/목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