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와홀은 천재적 아티스트일 뿐 아니라 천재적 장사꾼이다.
인류가 동굴벽에 코뿔소와 화살을 든 자신의 모습을 얼기설기 그린 후 수 만년 동안 사람은 눈으로 보아 그려낼 수 있는 온갖 그림을 다 그려냈다. 현대에 와서 목까지 찬 음식에 입맛이 떨어져 두리번 거리다 싱싱한 샐러드같은 마티스, 칸딘스키와 피카소를 잠시 즐긴 후 사람들이 온갖 산해진미에 물려 까작 까작 젓가락 튕기며 반찬투정을 할 때 앤딩하홀은 코카콜라의 톡 쏘는 상큼함으로 사람의 입맛을 되돌려 놓고는 자신의 작품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흐믓하게 바라보며 한편으론 갖고 노는 기분이었을 것도 같다.
그는 사회에서 관심을 받는 이들의 초상화를 찍은 후 기발난 색채로 덧칠해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비싸게 되파는 장사를 했는데 당대를 풍미하는 모든 이들이 그가 파는 물건이 되었을 뿐 아니라 한다 하는 사람중에는 그 속에 끼지 못함을 원통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한다. 그 유명한 마릴린 몬로를 위시해 엘리사베스 테일러, 엘비스 프레슬리, 재클린 케네디, 모택동에서 캠벨숲까지 우리 주위의 익숙한 물건들은 모두 그의 상품이 되었다. 그 중의 하나가 오제이 심슨도 있었는데 앤디와홀의 그림을 소장하고 있는 모든 이들은 다 그의 그림 값으로 재미를 봤는데 오제이 심슨의 사진을 갖고 있던 사람만은 그림 값이 통채로 그냥 없어졌으니 사람 봐가며 친구사귀라는 말처럼 그림도 사람 봐가며 사야한다. 오제이의 살인혐의가 소장가에게는 뭐 밟은 셈이 된 격이다.
그림 값이란 게 그렇다. 부르는 게 값이란 표현이 딱 맞는 게 그림값이다. 햄버거라면 맥도날드와 버거킹을 비교해 볼수도 있겠지만 그림이란 건 우선 내 눈에 근사하게 뵈야하고 다른 모두들도 그 값을 인정해 줘야 하는 건데 그림 값의 순도를 짚어내는 기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수만불의 가격을 붙여놨을 지언정 아무도 그 돈내고 사려들지 않는 다면 그 값은 붙이나마나 이다.
얼마 전 누가 만불을 주고 그림을 샀는데 어떠냐고 보여준다. 그는 정말 잘 샀다고, 만불보다 훨씬 더 값이 있는 거라고 말해주기를 바랬을 것이다. 내가 보기엔 잘 모르겠는 그림이었는데 아무튼 그는 그만한 값을 치룬거니까 그 값이 맞다고 해주었다.
얼마 전 신문에서 쟌 레논의 충치가 삼만오천불에 팔렸다는 기사를 봤다. 집안 일 해주던 도우미에게 선물로 준거였단다. 맙소사, 유명해지면 돈은 저절로 따라 오는 거라고들 하지만 유명한 사람은 눈꼽도, 코딱지도 선물이 될 수 있다는 소리네..
부자가 죽을 땐 자식들이 둘러서서 나에겐 뭘 남겨줄까 눈치보고 싸운다던데 아버지, 나는 충치 주세요, 나는 코딱지요, 하고 섰다고 생각하면 희극인걸까, 비극인걸까. 모든 부자들은 자신의 부를 감추고 싶어 하기도 하지만 시위하고 싶어 한다. 레논의 충치는 지금 어떤 대접을 받고 있을까. 금방석 위에 놓여 사라져간 다른 모든 충치들의 선망과 질시를 받으며 많은 이들의 시선속에 요요하게 빛나고 있을지, 혹은 비밀스런 곳에서 꽁꽁 숨겨져 밤마다 주인의 입가에 비밀스럽고도 흐믓한 미소를 떠올리게 하는 존재로 있는건지..
세상 모든 것이 양면이 있지만 돈처럼 광포한 세력의 양날은 드문 것 같다. 이즈음 부자들을 규탄하는 어큐파이 시위로 사회가 술렁인다. 물질의 참된 의미와 가치가 무엇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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