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는 이색 시위가 벌어졌다. 소녀시대, 수퍼주니어, 샤이니 등이 소속된 SM 콘서트를 연장해 달라는 시위였다. 한류 열풍을 실감하게 하면서 한국사람으로서 긍지를 느끼게 해줬다.
체육계에도 한류 열풍이 불었다. 김연아, 최경주, 박태환, 그리고 박지성까지. 세계가 그들의 실력을 인정했다. 우리는 그들의 이름 석 자만으로도 가슴 벅찬 감동을 느낀다.
그런데 한류의 바람이 불고 있는 또 다른 분야가 여기 있다. 바로 클래식이다. 그 중심에 선 다섯 명의 음악인을 소개하고자 한다. 손열음, 조성진, 이지혜, 박종민, 서선영이다.
한국 한 번 다녀온 적 없는 한인 2세들도 소녀시대나 수퍼주니어의 멤버 이름을 줄줄 꿰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클래식 음악인의 이름에는 대부분 생소해 한다. 하지만 이들은 클래식 음악인들에게는 너무도 자랑스러운 이름들이다. 이들은 올여름 러시아에서 열린 2011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입상한 수상자들이다.
지난 6월 중순~ 7월초에 열린 이 콩쿠르를 나는 인터넷으로 챙겨보았다. 마치 2002년 한일 월드컵 경기 당시 새벽잠을 설치며 한인타운에 모여 한국팀을 응원하던 심정으로, 아내와 함께 밤을 지새며 콩쿠르를 지켜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의 ‘꽃’으로 불리는 피아노 부문에서 자랑스럽게도 한국인 손열음과 조성진이 결선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또한 성악부문에 도전한 박종민과 서선영 그리고 바이올린 부문에서 당당하게 결선에 오른 이지혜까지.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유망주들이 모두 승승장구 하고 있었고, 그 결과에 온 관심이 쏠렸다.
7월1일, 드디어 시상식이 열렸다. 심사위원들이 비공개로 정해놓은 우승자가 발표되는 날. 손에 땀을 쥐며 기다리는데, 결과 발표는 무려 1시간 20분이 지나서야 시작 되었다. 이번 콩쿠르는 모스코바와 상트페데르부르크에서 나뉘어 열렸는데, 상트페데르부르크에서 오는 사람들을 기다리느라 늦어진 듯 했다.
첫 승전보는 성악부문 수상자로부터 시작됐다. 그것도 남녀 부문 모두 박종민, 서선영이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이 뒤로도 계속되는 “카레아!(Korea)”라는 울림은 내 귀를 의심케 했다. 바이올린 부문에서는 이지혜가 3위에 입상했으며, 피아노 부문에서는 조성진이 3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 최연소 결선 진출자였던 조성진 군은 현재 서울예고에 재학 중이다. 고등학생인 그가 당당히 3위를 차지한 것은 놀라운 성과라 할 수 있다.
그 다음은, 필자가 마음속으로 염원하고 응원했던 손열음의 차례. 손열음은 피아노 부문에서 당당히 2위라는 대단한 성과를 올렸다. 1위는 러시아의 다닐 트리파노프가 차지했다. 한국인이 받지 못해 조금은 아쉬웠지만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이 콩쿠르는 한인들과 인연이 깊다. 1974년 정명훈 씨가 미국 국적으로 출전해 공동 2위에 올랐는데, 그것은 역대 한국인 최고 성적이었다. 그러니 이번 대회에서 손열음이 거머쥔 2위는 대단한 성과라 할 수 있다.
세계 최대 ‘음악 올림픽’이라 할 수 있는 이 콩쿠르에서 한국인들은 각종 메달을 휩쓸었다. 이제 음악 분야에서도 세계 속의 한국을 실감케 한다. 클래식 분야의 한류도 멀지 않았다.
19일 한국일보 어린이 음악경연대회가 열렸다. 이번 경연대회 피아노부문의 심사를 맡으면서 필자는 대회 전부터 탁월한 음악도들의 아름다운 연주를 들을 생각에 들떠있었다. 이러한 한인 콩쿠르가 훌륭한 음악인을 키워 나가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전 세계 클래식 분야를 이끄는 곳마다 한인들이 넘쳐나길 희망해 본다.
앤드류 박/‘박트리오’ 피아니스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