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다보면 곧잘 ‘좋다 나쁘다’ ‘잘한다 못한다’ 류의 대화로 흐르게 된다. 어제 보았던 TV 속 인물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 대상은 실로 다양하다.
혹시 이것이 한국대중매체 속에 차고 넘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폐단은 아닐까 하는 자가진단을 내리며 함께 웃었던 적이 있다. 정신없이 바쁘다는 타국생활. 하지만 이런 생활 가운데에서도 오디션 프로그램 시청은 놀라울 것 없는 일상이 됐다.
사람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력’과 ‘꾸준함’의 미덕을 설파하는 사회. 하지만 당혹스럽게도 재능이 조금 부족해 보이는 노력파들을 기다려주는 프로그램은 없다. 이미 조금씩 움트기 시작한 재능을 키우고 크게 포장해주는 정도일 뿐이다.
그래서 ‘시간적 제약과 한계’ ‘기다림을 지루해하는 사회 풍토’ 등 어떤 이유를 들어도 씁쓸함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재빠르게 언론과 사회의 주목을 얻기 위해서는 적어도 9할 정도의 타고난 능력이 필요한 오디션. 예선공고가 나가기 무섭게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에 이르는 지원자들이 몰린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무언가 석연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제아무리 가무에 능한 민족이라 해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유독 한두 분야에서 재능을 뽐내는 현실과 이들에게 과도하게 집중되는 관심은 과연 정상일까 하는 의문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더 궁금한 것은 오디션 참가자들보다, 그들을 열심히 판단하고 때로는 변호하는 일반인들, 곧 나의 심리이다. 그 심리의 기축은 어디일까.
이유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을 것이라는 추측에 마음이 쏠린다. 즉 내 밖에 있는 타인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아닌, 그들 가운데 투영된 ‘자기 들여다보기’가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소리다.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타인에 대한 평가기준은 매우 부당하다. 솔직한 마음으로 정리해보자면 ‘내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능력부족’이라는 식의 주장이 되니까. 더욱이 평가에 일익을 담당하는 수많은 일반인들은 이들이 평가하는 분야에 관해 문외한일 때가 많다.
타인의 칭찬과 긍정적인 평가 없이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주저하는 것이 정말 우리의 모습이라면, 남을 평가하는 목소리는 되레 세파에 극히 소심해진 자아의 슬픈 고백일 수도 있겠다. 자신에 대한 확신을 내부가 아닌, ‘타인의 인정’이라는 외부적 요소에 기대보자 하는 시도이니 말이다.
타인의 평가보다 자존감과 자기애를 가지고 각자의 삶에 온전히 충실할 줄 아는 멋진 청춘이 되는 것. 이것이 근거 없이 단순히 자신의 기호에 따라 남 평가하기를 즐기는 세상의 불특정 다수와 친연관계를 갖지 않을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패와 실수를 두려워하게 만들고, 타인의 말을 성공과 우월함의 절대적 가치로 삼게 하는 사회풍토에서 자유로워져야 하겠다. 스스로 젊다고 생각한다면 더욱 마땅히 그래야 한다. 날마다 자신의 삶이 남보다 못해, 누구에게도 들려줄 수 없는 졸작 같다는 자죄감에 휩싸인다 해도 상관없다. 세대가 만들어 내는 잔인한 조류에 휩쓸리지 말자. 군중의 다양성은 개인의 유일성과 독창성으로만 가능해지지 않는가.
노유미/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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