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에 스탠퍼드대의 월터 미셸 박사는 한 가지 실험을 했다. 네 살짜리 아이들을 한 명씩 방에 불러 들여 달콤한 마시멜로를 보여 주고 자신이 잠깐 나가 있는 동안 그것을 먹지 않고 기다리면 두 개를 주겠다고 했다.
그가 방을 나가자마자 금방 마시멜로를 집어먹는 아이들도 있었고, 침을 삼키며 참는 아이들도 있었다. 14년 후, 미셸 박사는 이 아이들을 다시 추적했다. 결과는 마시멜로를 금방 먹어치운 아이보다 참고 기다렸던 아이들이 대학 입학성적과 학업성취도가 훨씬 더 높았고, 자신감과 활동성이 뛰어났다. 아주 어린 나이부터 나타나는 충동 조절 능력과 만족감 지연 능력이 인생의 성취도
와 직결된다는 결론이었다.
이 이야기를 읽고 내 아이의 장래 학업 성취도와 성공 여부가 궁금해진 나는 아이가 세 살 때 사탕 하나를 주고 “안 먹고 기다리면 하나 더” 주겠다는 실험을 했다. “하나 더”가 주는 유혹이 상당했던지 아이가 의외로 잘 참았다.
그 후로도 비슷한 테스트를 두어번 해봤는데 아이는 그때마다 꽤 잘 참고 기다리며 사탕을 두 개씩 받아갔다. 테스트 결과로 보면 아이는 명문대학 입학을 보장받은 듯 했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자 매일 스티커를 받아오기 시작했다. 아침에 시작하는 색깔은 초록색이고 뭔가 잘못을 하게 되면 노란색, 주황색, 빨간색 순서로 내려가며, 칭찬받을 행동을 하면 파란색, 보라색으로 올라가고 매우 우수하면 핑크색 스티커를 받는다고 했다.
아이는 곧잘 파란색, 보라색, 핑크색을 받아오더니, 얼마 안 있어 핑크색을 못 받는 날에는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는 듯 했다. 오늘 누구누구는 뭘 해서 핑크색을 받았고 누구누구는 뭘 잘못해서 노란색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저녁 식탁의 화제가 되었다.
어느 날 아이의 학교에 가서 자원봉사를 했다. 점심시간이 되어 식당으로 가기 위해 아이들을 줄 세웠다. 다섯살 안팎의 아이들은 줄을 서면서도 떠들고 잡담을 하느라 시끌시끌했다. 그러다 한 아이가 뒤에 있는 아이를 보며 쿡쿡 웃자 선생님은 그 아이더러 초록색에 붙어 있는 본인의 이름표를 노란색으로 내리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그 날 그 아이는 노란색 스티커를 받게 되었고, 앞만 보며 혹여나 자기 이름이 불릴까 절제(?)를 잘하고 줄을 잘 서서 갔던 내 아이는 핑크색을 받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아이에게 핑크색을 받는 것은 전혀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했다. 점심시간 앞두고 반 친구와 잡담을 좀 했다고 바뀔 스티커 색깔이라면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러고 보니 마시멜로 실험에 참여한 네 살짜리 아이들이 먹고 싶은 걸 참는 것도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네 살 때 그 실험의 대상이었다면 어땠을까. “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는 부모님 말씀을 귀에 박히도록 들었던 나는 절대로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기다렸을 것이다. 어쩌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인정’받기 위해서는 절제와 노력으로 나를 단련해야 한다는 점을 본능적으로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돌이켜 보면 난 이제껏 늘 마시멜로를 아껴 놓는, 그런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조금 더 좋은 자리, 조금 더 인정받는 자리를 위해서 앞만 보고 뛰느라 마시멜로를 먹을 시간조차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먹고 싶은 마시멜로를 금방 먹는 그런 자유로운 영혼으로 하루하루를 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분명 있다. 사회적인 명예나 돈도 언젠가 인생에서 꼭 먹고 싶은 마시멜로지만, 매일 매일의 소소한 기쁨과 작은 행복들 역시 절대 아끼지 말고 즐겨야 하는 마시멜로가 아니겠는가.
지니 조/ 마케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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