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되 는 해이다. 그의 생일인 지난 2월 미전역에서는 그를 추모하 는 각종 행사들이 열렸다. 100년이라는 의미 있는 계기가 있 기도 했지만 그가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 이 더해져 추모 열기를 한층 더 달궜다.
레이건이 취임할 당시인 1980년대 초 미국은 극심한 경기 침체와 실업률로 고통 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임기 중 경 기는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이 때문에 레이건에 대한 지지 율은 첫 번째 임기 중반 한때 35%까지 떨어졌다가 두 번째 임기 말에는 당선 직후보다 더 높은 인기를 누리며 백악관을 떠날 수 있었다. 감세와 작은 정부로 대표되는 ‘레이거노믹 스’에 대한 비판도 많지만 그가 바닥까지 떨어졌던 경제를 되 살린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레이건에 대해 향수를 느끼는 더 큰 이 유는 그가 국민들에게 심어준 자신감이다. 레이건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강경한 외교노선을 걸었다. 그 결과 레이건 재 임 중 소련은 붕괴하고 미국은 유일한 수퍼 파워로 우뚝섰다. 이것은 베트남전 패배와 이란 인질 사태 등으로 구겨질 대로 구겨진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다시 곧추 세워주었다.
현실이 팍팍해질 때 좋았던 과거 시절이 생각나는 것은 인지상정. 최근 몇 년간 미국의 내와 사정이 악화되면서 언론 들은 레이건 시절을 재조명하는 기사들을 많이 쏟아내 왔다. 그러면서 죽은 레이건은 현실 정치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인 물로 다시 환생하고 있다.
CBS 방송의 ‘60분’과 잡지 ‘베너티 페어’는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과거 대통령 가운데 지금 현직에 다시 앉히고 싶 은 인물은 누구인가”를 묻는 조사를 실시해 1일 결과를 발표 했다. 1위는 36%를 받은 레이건이었다. 2위는 대공황을 극복 한 프랭클린 루스벨트로 29%였으며 토머스 제퍼슨이 14%로 3위를 차지했다.
레이건 향수는 미국이 국내적으로 어려움에 빠지고 대외 적으로 위상이 흔들리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대공황의 위기 에서 미국을 구한 루스벨트의 업적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 에게는 자신들이 직접 경험했던 레이건 시절이 더욱 피부에 와 닿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정서가 뚜렷한 만큼 내년 대선에서는 ‘레이건 따라 하 기’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 선두주자인 미트 롬니가 “나이가 들수록 레이건이 현명했다는 것을 느낀다”고 발언하는 등 공화당 주자들은 레이건 예찬에 열을 올린다. 레 이건에 푹 빠져 있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레이건이 지녔던 진정한 덕목을 보여주지 못하는 한 이런 노력들은 ‘무늬만 레이건 따라 하기’에 그칠 공산이 크다. 레이건이 보여줬던 가장 뛰어난 자질은 ‘위대한 소통 자’라는 점이었다. 그는 국민들과 올바로 대화할 줄 아는 정 치인이었다, 그래서 국민들은 그를 사랑했던 것이다.
미국인들이 레이건에 대해 그리움을 느끼는 것은 대립으 로 점철되고 있는 현재의 정치상황에 대한 분노와 좌절이 표 출된 것이기도 하다. 이런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섣부르게 레이건 흉내 내기를 하다가는 오히려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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