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여러 가지 음식에 두부가 들어가는 음식을 어린 때 많이 먹었는데 이렇게 먹는 두부를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었기에 두부를 자주 먹고 또한 두부를 아주 좋아했다.
영농비용, 가정운영자금, 형제들의 학자금등 모든 경비가 오로지 농장 물에 의존되기에 쌀농사를 이때만 해도 대농으로 농사를 지었지만 쌀밥을 안심하고 하루 3끼를 먹을 수가 없었다. 농사지은 농작물을 팔아 이상의 모든 경비를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매달마다 고정적으로 지불하는 학자금 조달은 농지를 매년마다 팔아 충당할 수밖에 없기에 논밭경작면적이 매년마다 상당이 줄어들지만 아직도 농사를 계속 지어야 하기에 어쩔 수없이 농사짓는 인력을 고용해야했다. 물론 부엌일과 여러 가지 잡일을 하는 여자 고용인도 있었다. 겨울 한철 많이 먹는 두부를 집에서 직접 만드는 것을 자주 보았다. 물에 매주 콩을 넣어 2-3일정도 두게 되면 물을 흠뻑 먹은 콩을 맷돌에 넣고 여러 차례로 간다. 콩이 전부 부저지고 갈려서 뻑뻑한 하얀 묽은 콩 반죽처럼 된 것을 체에다 걸으면 한얀 물 우유나 다름없는 액체가 흘러내린다. 이렇게 물 우유처럼 만들어진 묽은 콩을 가마솥에 넣어 강한 불에 몇 시간 끓이면서 재에서 축출한 잿물인 간수를 약간 넣는다. 점차 솜뭉치처럼 몽글몽글하게 엉키는 뜨거운 묽은 일종의 콩죽을 큰 삼배자루에다 넣고 꽉 조여 묶은 후 밑에는 물이 빠지도록 넒은 항아리 위에 두 개의 나무를 걸쳐둔 나무위에 콩죽이 든 삼배자루를 얹고 삼배자루위에는 무거운 맷돌을 얹어 둔다. 상당한 시간이 지나면서 물이 다 빠지면 삼배자루에 던 두부를 반듯반듯하게 네모로 자른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두부를 국에도 넣고 여러 음식에 두부를 넣어 요리를 하며 또한 생 두부를 잘싹은 김장김치를 곁들어서 먹으면 한꺼번에 여러 두부모를 거뜬히 먹을 수가 있었다. 나의 기억으로는 5학년 겨울 어느 날 점심시간에 3명의 반 친구와 먹는 음식에 대해서 이야길 나누다가 갑작스럽게 두부 먹는 이야기가 나왔다. 두부를 7모 까지 한꺼번에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 이야길 주고받다가 결국 한 친구가 생 두부 7모를 먹는 내기를 하자고 제의를 했다. 나를 포함한 3친구가 모두 자신만만하게 내길 하자고 재촉했다. 두부 7모를 한꺼번에 다 먹는 사람은 자기가 먹은 두부 7모에 대한 값을 전연 내지 않을뿐더러 두부 5모에 해당하는 돈의 상금도 두루 7모를 먹은 측이 챙기는 내기였다. 두부 7모 중 3모까지 가장 적게 먹은 사람은 각자 앞에 준비된 두부 7모에 대한 값을 몽땅 부담해야 했다. 그리고 두부 5모까지 먹은 사람은 자기가 먹은 두부5모 값만 내는데 이 돈은 결국 이내기에 7모를 다 먹은 사람에게 역시 상금으로 돌아가는 내기였다. 점심시간은 12시에서 1시까지인데 이때가 12시 10분경이기에 서둘러 학교울타리 밖 몇 군데 음식점들 중 한 음식점에 들어갔다. 생 두부를 먹으려 왔기에 우리 3사람 각자 앞에 생 두부 7모와 잎이 있는 김장김치를 주문했다. 약 10분후에 주문한 생 두부 7모를 쟁반에 담아 김장김치와 함께 각자 앞에 내어 놓았다. 3사람이 먹기 시작하는데 친구 한명은 7모를 억지로 겨우 다 먹어치웠다.
나도 충분히 먹을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이내기를 기꺼이 받아들였는데 막상 먹기 시작하는데 얼은 두부를 더운물에 약간 담겼다가 내어 왔기에 두부를 싶으니 마치 얼음을 입안에 넣은 것처럼 아직도 차디찬 두부였다. 또한 함께 가지고 온 김치도 집에서 먹든 김치 맛과는 너무나 다르고 김치에는 살얼음이 시피기도 했다. 겨우 3모를 먹고서는 두부를 더 이상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서 결국 나머지 4모는 먹을 수가 없었다. 다른 한 친구는 4모까지 겨우 먹었다. 결국 두부내기에 내가졌기에 두부 21모의 값을 우선 돈을 빌려 내가 지불했고 빌린 돈을 갚느라 궁리 끝에 나의 집 곡간 도가니에 든 살을 훔치다가 큰 형에게 적발이 되어 종아리가 멍이 들도록 맞은 적이 있었다. 세월이 오래 지났는데도 두부내기는 도저히 잊어지지 않고 있다.
(몬트레이 한인성당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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