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북미 사람들에 비 해 아프리카 사람들은 독서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집 단으로 모여 노래하고 춤추고 먹고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는 적극적이지만, 주변 사 람과 선을 긋고 나만의 세계 에몰두하는 것은 터부시하기 때문이다. 해서 뉴욕ㆍ런던ㆍ파 리의 버스ㆍ지하철ㆍ공항에서 책이나 킨들을 꺼내 들고 혼 자만의 세계에 빠져드는 흔한 모습을 아프리카에서 보려면 열심히 눈을 비벼야 한다.
공공장소에서 책을 꺼내 드는 것은 ‘날 귀찮게 하지 마라. 내가 지금하고 있는 것 은 다른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라는 표시다. 이렇듯 독서 는 철저한 개인공간을 요구하기에 무엇이든 홀로 하는 것 에 익숙지 않은 사람에게는 책읽기가 오히려 고통이 될 수도 있다.
오랫동안 준비를 하고 여러 차례 SAT를 치러보았지만 영 어 읽기(reading) 점수가 나오 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학생들 에게 “평소에 무엇을 읽었나 요?”라고 물어보면 십중팔구 “아무것도…”라며 얼버무린다. 그런 학생의 집에 있는 책의 분량을 헤아려본다면 아마도 비타민 약병ㆍ술병 그리고 화장품 용기를 모두 합친 숫자 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그리고 학생의 생활패턴을 엿본다면 하루 평균 200만명 이 노래방을 이용하는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그대로 답습하 여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나’ 보다는 ‘우리’를 열창해온 흔 적이 남아있지 않을까.
홀로 외롭게 치러야 하는 책과의 씨름에 익숙지 않다면 학교에서는 물론 사회에 진출 해서도 고역을 치른다. 이화여 대 최재천 교수는 “살아보니 까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게 결국은 읽기고 그 다음이 쓰 기입니다. 모든 일의 끝은 궁 극적으로 글쓰기에서 판가름 나고, 잘 쓰려면 역시 많이 읽 어야 합니다” 라며 독서의 중 요성을 역설했다. 그리고 독서 를 그저 하나의 취미로만 생 각하는 학생들에게“ 그만두세 요. 눈만 나빠집니다. 차라리 클럽 가서 춤추세요”라고 일 침을 가했다. 책은 인간에게만 주어진 생 명줄이다.
책을 읽어보겠다고 꼬리를 흔들어대는 강아지가 있었던가. 역사에 자국을 남기 거나 무엇엔가 색다른 두각을 나타낸 인물들은 하나같이 “방황할 때마다 책이 나의 길 라잡이가 되었다” 아니면 “한 권의 책이 내 인생을 바꾸었 다”라고 고백한다.
이미 죽었거나, 살아있다 하더라도 우리를 만나 줄 시 간이 없는 위대한 인물들 의 정신세계와 소통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특히 초ㆍ중ㆍ고ㆍ대학 과정 16년간 하루에 한 시간씩 그들에게 개인지도를 받는다면 그 학생 의 미래 모습은 어떨까. 그저 착하고 평범하기 그지없는 학 생이라도 혁신을 꿈꾸고, 기발 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희 망을 말할 것이다.
책은 자신의 한계를 뼈저리 게 느끼게 만들고, 자신이 얼 마나 나태하며, 현실에 안주 하려는 지를 발견하게 만든다. 독서는 결국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이다.
19세기 말 일본 메이지 시 대의 선(禪) 지도자 나닌에게 대학 교수가 찾아와 선에 대 해 질문을 했다. 나닌은 차를 대접하는 과정에서 교수의 찻 잔이 가득 채워졌음에도 불 구하고 계속 부었다. 자신의 찻잔이 넘치는 것을 지켜보다 못해 교수는“이미 찻잔이 넘쳐 서 더 이상 부으면 안 되는데 요…”라며 말렸다.
그러자 나닌은 이렇게 대답 했다.“ 이 찻잔처럼 당신은 이 미 오만과 편견으로 가득 차 있는데 그 생각의 찻잔을 비우 지 않는다면 선의 진리가 들어 설 자리가 어디 있겠소?”
노래방ㆍ생일파티ㆍ이성 친 구ㆍ풋볼경기에서 남은 앙금 을 나의 찻잔에서 비워내고 ‘우리’를 ‘나’로 바꾸는 시공 (時空)을 만들 때 비로소 위인 들과의 대화가 시작된다.
대니얼 홍/ 교육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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