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동네는 반세기도 더 전에 세워진 동네이다. 그런데 그 때 건축업자들이 단가를 낯추려 했던지 차고 앞을 판판히 하지 않고 대충 끝만 궁글려놔서 집집마다 차가 드나들때면 아슬아슬, 브레이크를 밟고 속도를 줄이고 조심히 올라가느라 숨마저 죽여야 했다. 그렇건만 아차 하는 순간에 쿵, 차 밑을 긁기 일쑤여서 지나다가 쿵 소리가 나면 돌아볼 필요도 없이 또 누가 또 긁었군, 한다.
오랜동안 그걸 고치는 게 내 작은 소망중의 하나였다.
몇년전 집을 리모델할 때 드디어 기회는 왔다, 하고 남편에게 청을 했더니 고쳐서 좋은 걸 누군 모르냐, 하며 들어줄 생각도 않는다. 뜻이 깊고 의지 굳건하고 소신있는 남편을 꺽을 길이 없어 퉁퉁 부어있는데 앞집 남자가 찿아 왔다. 자기네 드라이브 웨이도 고치고 싶은데 이 기회에 우리 건축업자에게 말해서 두 집일을 좀 싸게 해줄수 없냐고 물어보란다. 하느님께 감사하며 남편에게 이웃남자의 뜻을 전했더니 조금 수굿해지는 것 같아 이번엔 건축업자에게 제발 값좀 잘해달라고 청했다. 그런데 그들이 내논 가격을 앞집 남자에게 이야기 하니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자기가 알아보겠다고, 그러더니 다음 날 와서 자기는 더 싼 업자를 찾았으니 우리는 맘대로 하란다. 말이 맘대로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다른 사람을 부를 수도 없고, 나는 남편이 맘 바꾸기 전에 얼른 해야 하는 타이밍이 있는 거여서 그냥 우리집 고치는 분들께 드라이브 웨이도 당장 고쳐달라고 했다.
우리 집 고치는 날, 마침 앞집도 같은 공사를 했다. 인디안 추장같이 생긴 할아버지가 멕시칸 몇을 데리고 와서 일을 하는데 일하는 폼이 시원 시원, 재밌게 하는듯 했다.
그런데, 그런데, 다 끝내놓고 보니 그 집은 매끈하고 곱게, 척 보기에도 프로가 한것이 보이는데 우리집은 우툴두툴, 삐딷빼딷, 엉기성기… 온 식구들이 달겨들어 어린애 손까지 빌려 이리저리 주물러가며 메꿔놓은 것처럼 보인다.
아니, 이럴수가, 같은 날, 같은 공사를 더 비싼 돈 들여 했는데… 화나고 분하고 억울하고… 그런데 문제는 우리 건축업자가 이리저리 아는 이라는 거였다. 모르는 사람 같으면 물어내라고, 아님 도로 뜯어놓으라고 다구칠텐데 그럴 수도 없고, 그저 화나는 심정을 꾹꾹 삼킬수 밖에 없었다.
몇년이나 속이 상했다. 누가 우리 집 앞을 지나다 고개를 숙이는 걸 봐도 저 사람이 어떻게 이 따위로 집을 손봤냐고 흉보나 봐, 했다.
며칠 전, 남편과 저녁에 동네를 한바퀴돌고 집앞에 왔는데 남편의 눈길이 드라이브웨이에 꽂힌다. 그러더니 ‘참 잘했지?’한다. 안그래도 집앞에 다가서며 다시 화가 나려하는 판에 그 소릴 들으니 냅다 열이 뻗쳐서 ‘저게 잘했어? 우리 집보다 더 후지게 해논 건 어디서도 보지도 못했어’하고 소릴 질렀다. 남편은 나를 찬찬히 처다보더니 ‘콘크리트얘기한 게 아냐. 나는 턱 낮추길 참 잘 했다고 하는 말이야’ 한다.
너무 챙피했다. 나는 나쁜 것만 보고 화를 내고 있었고 그는 좋은 것만 생각하며 흡족해 하던 것이었다. 반잔의 물은 이토록 다른 거였다. 그 순간의 챙피함을 겪은 후 희안하게 울퉁불퉁한 콩크리트 표면이 오히려 매끄럽지 않아 정겹게 느껴지면서 수십년 후, 갈라진 콩크리트 사이로 뿌리대어 피어나는 들꽃의 애잔한 모습까지도 눈에 그려진다.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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