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하순경 집을 비워두고 피난길에 오른 우리가족들은 약 한달 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가 살든 마을은 집을 버리고 피난을 떠 난지 2일 만에 북한 공산군이 점령했다. 생각만 해도 전신이 오싹할 정도로 온몸이 극심한 한기로 부들부들 뜰게 할 만큼 2일을 앞당겨 피난을 떠난 시간마저도 천만다행으로 생각했다. 우물쭈물 하다가 2-3일 정도 피난시간을 지연시켰다면 우리는 인민군에 남치된 것이 분명했고 납치되었다면 가족들의 생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나마도 2-3일 정도의 시간의 여유를 두고 피난을 할 수 있었다는 것만도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했다. 설마 하다가 피난시간을 놓여 마을에 남은 사람들은 인민군이 마을을 점령한 기간 약 20일 동안의 삶은 공포와 두려움으로 하루가 마치 1년이나 길게 느껴질 정도로 지옥 같은 순간순간을 보냈고 몇 사람의 동민들은 이북으로 납치되어갔다고 했다.
어른들은 인민군에 호출되어 온갖 종유의 힘에 벅찬 지긋지긋 한 중노동을 매일 강요당했다. 젊은 청년들은 갖은 유혹으로 공산주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사상교육을 단시간에 집중적으로 세뇌를 받아 인민군에 투입된 경우도 있고 그들의 이러한 요구를 거부하는 사람은 동민들이 보는 앞에서 공개 처형을 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가정의 젊은 가장들 젊은 청년들은 인민군의 강제 호출을 피하기 위해 집구석구석 몸을 은신할 수 있는 곳이면 은신해야 하고 땅을 파서 은신처를 임시로 만들기도 했다. 이 같은 극한적인 상황이 연일 이어지기 때문에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없는 불안 초조한 매일이 계속 되었다고 이들은 진술했다. 집 뒷마당에 한사람을 숨길 수 있는 깊이의 땅을 파서 가정의 젊은 가장이나 혹은 젊은 청년자녀를 땅에 넣고 위에는 마른 풀을 덮어서 위장을 한다든가 심지어는 큰 장독 항아리에다 넣고 장독 뚜껑을 덮어두면서 감추기도 했다.
개, 닭, 도야지, 염소 와 소등 가축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고 닥치는 대로 약탈을 일삼았다. 마을 여성들을 나이에 상관없이 성희롱을 강요하는 등 이루다 말할 수없는 만행을 매일 자행했다고 하니 그때 그 상황을 상상만 해도 머리끝이 치솟고 소름이 끼치는 몸서리나는 생지옥이었다. 나는 머슴과 함께 하루 먼저 집으로 돌아와서 집안 구석구석을 살펴보는데 곳곳에 쓰레기가 쌓여있고 부엌에 큰 가마솥 두 개가 나란히 있는데 2개의 솥에는 먹다 남은 소고기국 남아 있었다. 남은 국들이 오래되었기에 솥 가장자리에는 이미 녹이 다 서려져있고 나무로 만든 큰 함지에는 거의 먹지도 않은 쌀밥이 부엌부뚜막위에 있고 밥을 담는 놋그릇들에는 먹다 남은 밥들이 바싹 말라 붙어있었다. 국그릇들 수저들과 숟가락들이 부엌 이곳저곳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고 인민군들이 후퇴할 때 원체 다급해서 준지된 음식을 편안하게 먹을 여유조차 없이 황급히 도망친 흔적임을 쉽게 알 수가 있었다. 마당에 어지럽게 흩어진 쓰레기를 한곳에 모으고 더러운 청 마루를 걸레로 청소를 하는 등 함께 온 머슴과 바쁘게 온종일을 보냈다. 내일 어머니를 비롯해서 나머지 가족들이 집으로 돌아오기 전 청소를 할 수 있는데 까지 많이 하려고 머슴과 부지런히 집안 구석구석 청소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집안 구석 구석에서 모은 쓰레기들을 마당 한가운데 모아 소각을 하는데 쾅쾅하는 소리와 함께 쌩 하는 소리에 놀란 우리들은 겁에 질려 귀를 막고 부엌으로 황급히 뛰어 가기도 했다. 인민군들이 쓰다 남은 총알 여러 발이 집안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것이 소각되는 쓰레기덤에 휩쓸려 있었기에 이러한 위험한 일이 생기기도 했다. 다행하게도 함께 청소를 하고 쓰레기를 모아 불에 태우는 나와 머슴은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
(몬트레이 한인성당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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