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울프’는 영어로 된 최초의 서사시다. 영웅 베오울프가 괴물 그렌델과 그 엄마를 처치하는 이야기인데 누가 썼는지는 모르지만 쓰여진 시기는 8세기에서?11세기경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금부터 약 1,000년이 넘는 세월인데 이 작품을 원문으로 보면 그 사이에 언어가 얼마나 변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이 작품의 시작은 ‘Hwæt. We Gardena/ in gear-dagum,/ þeodcyninga’인데 고대 영어 전문가가 아니면 전혀 뜻을 짐작할 수 없다. 직역하면 ‘What. We of the Spear-Danes??in old days/ of the people-kings’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 뒤 수 백 년이 지나 중세 영어로 쓴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14세기)를 보면 아직 어렵기는 하지만 뜻은 대충 통한다. 각양각색의 순례자들이 캔터베리 성당까지 걸어가면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 줄거리인 이 작품은 ‘Whan that Aprill with his shoures soote,/ The droghte of March hath perced to the roote’로 시작되는데 이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하다(When the sweet showers of April have pierced to the root the dryness of March).
그 후 다시 수 백 년이 흘러 나온 셰익스피어의 ‘끝이 좋으면 모두 좋다’(All’s Well That Ends Well)의 첫마디는 ‘In deliuering my sonne from me, I burie a second husband’다. 이것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 없다.
아무리 전문가들이 표준말을 정해도 언어가 변하는 것은 막지 못한다. 발음도 달라지고 뜻도 변하고 심지어는 문법까지 바뀐다. 단지 달라질 뿐이지 현대인이 쓰는 언어가 고대인이 쓰는 언어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할 근거는 아무 것도 없다. 현재 ‘사투리’로 비하되고 있는 말들도 언제든지 표준말로 신분 상승할 수 있다. 사투리가 표준말보다 못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언어학자들은 언어마다 차이는 있지만 1,000 년이 지나면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1만년이 지나면 완전히 다른 언어가 되는 것으로 본다. 영어의 예를 보면 현대 한국인이 신라인이나 백제인과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고려인과는 손짓 발짓 해가면서 어느 정도 뜻이 통할 것 같고 조선 사람과는 거의 소통이 가능할 것 같다.
최근 한국의 국립 국어원은 ‘자장면’과 함께 ‘짜장면’을 표준어로 인정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표준말로 쓰여 왔다는 ‘괴발개발’(개발쇠발) ‘끼적거리다’(끄적거리다) ‘두루뭉술하다’ (두리뭉실하다) ‘간질이다’(간지럽히다) ‘남우세스럽다’(남사스럽다) ‘쌉싸래하다’(쌉싸름하다) ‘허섭스레기’(허접쓰레기) 등을 보면 도대체 누가 그런 표준말을 써왔는지 의아스럽다. 짜장면을 먹으면서 ‘자장면 하나 주세요’라고 주문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이번 결정으로 앞으로는 사람들이 많이 쓰는 괄호 안에 든 말도 표준말로 인정받게 됐다. 학자들이 드디어 다수의 의지에 굴복한 것이다. 언어야말로 궁극적으로 민주주의가 지배하는 곳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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