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부터 본격화된 경제위기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이미 성인 10명 중 1명 이상이 일자리가 없이 놀아야 하는 상황인데 이같은 실업률은 내려갈 줄 모르고 적자를 이기지 못해 문을 닫는 업소들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고 있다. 단골 업소가 어느 날 찾아가보니 문을 닫고 없더라는 경험은 이제 남가주 주민이라면 지난 3년 간 한 번 쯤은 경험했을 일이다.
경제가 어려워지자 한 탕을 노리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캘리포니아 복권국에 따르면 지난 회계연도에 팔린 로토 복권의 판매액은 34억달러로 그 전년도에 비해 13%나 증가했다고 한다. 복권으로 인생 한 방을 노리는 사람들은 그나마 양반이다. 문제는 남의 재산을 노려 한 탕을 하려는 범죄자들이다.
지난주 LA경찰국(LAPD) 센트럴 경찰서는 LA다운타운 리틀 도쿄 지역을 무대로 노약자들만 노려 강절도 범죄를 저질러온 남성 연쇄 절도 용의자를 공개 수배했다. 이 용의자는 79세 할머니와 맹인 여성의 핸드백 및 귀금속을 낚아채 달아나는 수법을 썼다. 주말에는 오렌지카운티에서 한 한인 여성이 사업 운영자금을 위해 모아둔 귀금속류를 차에 놓아두었다가 차량 절도범에게 귀금속류 몽땅 털리는 일도 있었다.
경찰 수사 관계자에 따르면 LA 다운타운에는 사업을 하는 인구가 많아 비즈니스 업주로 보이는 사람들을 몰래 뒤따라가다 귀중품을 낚아채 달아난다던가, 차 번호를 외워뒀다가 차량 절도를 벌인다던가 하는 범죄가 많고 특히 요즘 불경기가 심화되면서 이같은 범죄가 더욱 심해졌다는 것이다.
개인 뿐 아니라 업소들을 노리는 범죄도 심각하다. 특히 금값 급등 이후 보석상들에는 벌건 대낮에 대담하게 망치를 들고 들어와 진열장을 부수고 금붙이를 싹쓸이해가는 갱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 한인 보석상 업주는 이같은 강도들에 대한 불안감에 1만달러 넘게 들여 업소 내 모든 유리를 총탄까지 견뎌낼 수 있는 강화 유리로 바꿨다고 한다.
일부 피해자들은 치안 부재를 지적한다. 경찰이 커뮤니티 구석구석의 순찰을 더욱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샤핑몰 주차장에서 절도 피해를 당한 한 한인은 샤핑몰 운영업체가 경비원을 고용하고 감시카메라를 고성능으로 설치했다면 범죄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거나 최소한 범인을 쉽게 잡을 수 있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도 예산 감축에 가용 경찰력이 줄어들면서 순찰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고, 업소들은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아 직원도 줄이는 판인데 경비원 고용이나 고급 감시카메라 시스템 설치 등 추가 비용 지출의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범죄 피해를 당했을 때의 타격은 비교할 수없이 크다. 나와 내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려면 스스로 더욱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는 게 불황 속에 겪는 딜레마다.
허준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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