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어지러움 증으로 병원을 찾는 분들이 많다. 나이 드신 분들이 많지만 젊은 사람도 흔하게 대한다. 주위 환경이 빙글 빙글 도는 어지러움 증은 물에 떠있어 흔들리거나 휘청거리는 듯한 느낌과는 다르다.
어지러움 증의 원인으로는 중추신경의 장애나 심혈관 질환 등도 있지만, 과로나 감기 후에 귀 안에 있는 평형감각 기관에 감지되는 상황과 눈에 비쳐지는 시각의 분리 때문에 오는 경우가 많다.
눈에 비쳐지는 상황은 움직이지 않는 것 같은데 실제로 몸은 움직여 평형감각기관 안에 있는 림프액이 돌게 되면 어지러움 증이 시작된다. 한 예로, 자동차나 배를 타고 책을 보면 시각은 고정되어있는데 몸은 움직이게 되어 멀미가 쉽게 일어난다.
시각과 평형감각이 분리 혹은 분열 되는 상황은 우주인들에게도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그들은 시각과 평형감각을 일치시켜주는 장치를 쓰고 우주여행을 한다.
넓은 의미에서 ‘분리’ 라는 현상은 어지러움 증 뿐 아니라 조화와 일치가 깨어지는 여러 질환에 두루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심장 근육과 전기 박동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분리되는 부정맥이 그런 경우로 페이스 메이커를 달아 심장근육과 전기박동이 일치되게 치료를 한다.
병원에서 일을 하다보면 질병 자체뿐 아니라 인간 관계 때문에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 다른 의료인이나 환자, 혹은 환자 가족들과 오해나 갈등을 겪고 난 후 곰곰이 그 원인을 돌이켜 보면서, 대화의 부족으로 인한 생각의 차이 혹은 분리였음을 알게 되었다.
가장 가깝지만 갈등이 많은 가족 간의 충돌도 대화의 부족과 생각의 분리 때문에 오는 것이 아닐까?
몇 달 전 제주도에 갔을 때 우리 부부는 ‘환상의 숲’이라는 곳을 걸을 기회가 있었다. 이형철 씨라는 분이 개인적으로 가꾼, 나무가 울창한 숲이다. 숲속에는 산소와 피톤치드라는 면역을 증진시키는 물질이 풍부하여서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이형철씨는 중풍으로 반신불수가 된 후 숲속에서 지내기 시작하였는데 건강이 놀랍게 회복되었다고 했다. 숲은 병을 치료하는 종합병원인 셈이었다.
우리 부부와 같이 걸으면서 그분은 “아프고 나니 인생의 깊은 뜻을 알게 되었고, 또 고통을 당하고 보니 일상의 모든 것이 아름답고 귀한 것인 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숲속 깊은 곳에 가니 나무가 빽빽하여 하늘이 안보일 정도였다. 그 곳에서 그분은 칡나무와 등나무가 서로 엉켜있는 것을 보여 주었다. 등나무는 시계방향으로 감기고 칡은 반대로 왼쪽으로 돌면서 일정한 간격으로 서로 엮어져서 하늘을 향해 높이 올라가 햇볕을 받으며 두 나무가 함께 살고 있었다.
칡 나무는 한자로 ‘갈’이요, 등나무는 ‘등’이어서 둘을 합치면 ‘갈등’이라는 것을 알았다. 원래 ‘갈등’하면 일이나 인간관계가 까다롭게 뒤얽혀 풀기 어려운 상태, 혹은 상반되는 생각의 충돌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전혀 다른 두 나무가 서로 얽혀, 혼자서는 올라갈 수 없는 높이를 같이 올라가 햇빛을 받고 잘 살수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다.
등나무는 유서 깊은 사랑의 상징이기도 하단다. 옛날 어느 동네에서 한 총각
과 처녀가 서로 사랑을 했단다. 그때 전쟁이 일어나 총각은 전쟁터에 나가야 했고, 얼마 후 총각이 죽었다는 비보가 날아들었다. 그 소식에 처녀는 절망하여 연못에 몸을 던졌다.
그러나 ‘전사’는 잘못 전달된 소식이었다. 총각은 살아 돌아왔고, 먼저 간 처녀의 죽음을 비통해 하면서 뒤따라 연못으로 들어갔다. 훗날 연못가엔 팽나무 한 그루와 등나무 한 그루가 자라났고, 등나무는 팽나무를 온 몸으로 감싸 안고 자랐다고 한다.
모든 만남은 갈등의 관계도 될 수 있고 동반자의 관계도 될 수 있다. 우리 생각과 의견의 분리를 대화로 소통 시켜주는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다른 사람의 말은 빨리 듣고, 자신의 말은 천천히 하십시오. 쉽게 화를 내지 말기 바랍니다”라는 성경구절을 실천에 옮기기로 마음에 다져본다.
김홍식 내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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