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은 유난히 바빴다. 한국의 가족들의 방문 때문이었다. 지난 한 달, 조카 가족들과, 그들의 엄마들인 큰 누나와 작은 누나가 방문했다. 미국여행 목적은 일단 고령이 되셔서 움직이기가 예전 같지 않으신 시애틀 부모님을 만나는 것이었다. 사남매 중 아들들만 미국에 와 있어 한국에 거주하는 누나들의 친정이 졸지에 미국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더 연세 드시기 전에 부모님과 함께 하겠다며 다소 무리해 미국을 온 것이다.
산업전선으로 빨리 되돌아가야 하는 조카들이 먼저 와 삼촌 가족들과의 만남을 즐겼고 그 뒤 한 주 후 두 누나들이 왔다. 그 중 큰누나는 미국이라는 땅을 처음 밟아봤다. 원래 국어선생 출신이라 표현력도 뛰어나 같이 있는 동안 우리들을 심심치 않게 해주었다.
많이 바빴던 이유는 미국 구경시켜주는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했기 때문이다. 목회 중이라 시간을 배열해 꼭 구경해야 할 요지에 데려다주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가주 가까운 데 위치한 ‘가야할 데’는 대부분 갔다. 한국 같으면 한반도의 양끝을 오갈 만큼의 거리를 하루에 쉽게 오가는 데에 적지 않게 놀라는 모습이었다.
이번에도 실감한 게 미국은 운전 못하면 살 수 없는 데라 것이었다. 미국에서는 동네 가까운 수퍼마켓은 물론이고 필요에 따라 장거리 운전도 감수해야 한다. 옷과 밥은 없어도 차 없이 살 수 없는 곳이 이곳이다. 어차피 옷과 밥도 차가 있어야 구할 수 있는 데니까.
일주일 휴가를 내어 그랜드캐년을 다녀오는데 장거리여행에 지쳤는지 큰누나가 이런 말을 했다. “가보면 너무 좋은데…거기까지 오가는데 너무 많은 대가를 지불하네!” 그랜드캐년, 참 좋은 덴데 이렇게까지 먼 줄은 몰랐다는 말로 들렸다.
그래도 즐거웠다. 이미 가 본 데를 서비스(?) 차원에서 다시 갔으면서도 오가는 긴 시간들 속에서 즐거웠다. 차 중에서의 그칠 줄 모르는 대화 덕분이었다. 특히 대화 속의 많은 주제들이 우리 어렸을 때의 이야기였다. 그때 그 집 살 때 우리 어쨌지? 옆방 세 들어 살던 그 식구들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그 집 변소(그때는 변소라고 불렀다) 되게 냄새나고 무서웠어, 어떻게 그런 데서 우리가 매일 일을 보고 살았나, 한두 명도 아니고, 셋방 집 식구들까지 합하면 족히 10명도 넘었는데 말이야. 누나가 그때 나한테 그런 말 한 거 알아? 나한테 되게 상처였어. 그때 우리 공부 되게 안 했잖아. 벼락치기 공부해서 간신히 넘기곤 했지. 근데 지금 우리 자식들한테는 공부 안 한다고 달달 볶고 말이야, 정말 우습지? 주로 이런 이야기들, 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인데 왜 그렇게 재미있었는지 모른다. ‘추억’이라는 감미료 덕분이 아닌가 싶다. 사람에겐 추억이 없으면 살맛이 안 생기는 법 아닌가? 정말 추억만큼 소중한 것도 없다.
그러면서 한 가지 느낀 게 있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 성숙해진다는 점이다. 그때의 누나들과 나, 지금의 누나들과 나를 비교해보면 정말 많이 달라졌다. 훨씬 더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고 후덕해진 것 같다. 세월의 풍파가 가져다주는 선물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세월과 함께 나이는 들어가는데도 후덕해지기는커녕 더 쫀쫀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염려도 떠올랐다. 일반적으로 세월은 사람을 더 사람 되게 하는 데 좋은 처방약이다. 그러나 이 일반논리에서 벗어난 사람들도 가끔은 보인다. 안타까운 인생이 아닐 수 없다.
하나 더 있다. 신앙의 나이 문제다. 육신의 나이는 시간이 흐르면 자동으로 들어간다. 그러면서 성숙해진다. 하지만 영적인 나이는 아닌 것 같다. 기독교에 입문했다고 해서 그 뒤로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성숙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은 더 신경 써야 한다. 어떻게 해야 내가 잘 자라는 신앙인이 될 수 있을까를 더 고민해야 한다. 그 고민에 대한 답은 성경이 해준다. 성경(특히 신약성경)의 상당한 부분이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이 글을 읽고 있는 신앙인들에게 권한다. 성경을 펴보라. 세월 속에 자라가는 영적인 나이와 성숙에 대한 가르침은 정말 많다.
(새크라멘토 수도장로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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