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rning Japanese’- 이코노미스트지의 한 에세이 제목이다. 무슨 뜻인가. 국가부채위기를 떠안고 있는 미국의 정치, 유럽의 정치가 일본처럼 되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정치권이 리더십을 상실했다. 정부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유럽의 모습이고, 미국의 모습이다. 서방의 지도국 위치에 있다. 그런 미국, 유럽의 정치 리더십 위기는 전 세계적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그래서 어딘가 불길해 보인다는 거다.
그 모양새가 그런데 상당히 낯익다. 일본의 정치판을 닮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정파마다 자기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하다. 그러니 정치적 합의점을 도출해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 와중에 날뛰는 것이 포퓰리즘이다. 그저 정치 쇼를 벌여 표심만 끌어 모으면 그만이다. 속되게 표현해 망둥이도 날뛰는 꼴이다.
일본 자민당 의원 울릉도 방문 계획 해프닝이 결국 한 바탕의 쇼로 일단 막을 내렸다. 한국정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 식으로 한국에 들어오려다가 공항에서 쫓겨난 것이다.
처음부터 강경일변도였다. 그런 한국정부의 대응은 대체적으로 온당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그 일련의 과정에 되짚어 볼 요소는 없었을까. 다른 것 보다 특히 정치적 대응이 그렇다는 생각이다.
울릉도 방문을 계획한 3인의 자민당 국회의원이란 사람들은 극우파로 비유하자면 일본정계의 망둥이 같은 존재들이다. 그런 그들이 당초 노린 것은 원초적인 애국심을 건드리는 일을 벌여 언론의 조명을 받아보자는 것이다.
그런 인물들이 벌이는 정치 쇼에 이명박 대통령이 한 마디 하고 나섰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이들의 방문을 저지하겠다며 독도까지 갔다. 아무래도 과잉대응 같다.
일본의 주요 신문들은 이들의 울릉도방문계획 해프닝을 보도조차 안하거나 다루어도 1단 정도로 취급했다. 극우 성향의 산께이 신문조차 비중 있는 기사로 다루지 않았다.
무엇을 말하나. 일본의 여론은 한일우호관계의 중요성을 십분 인식해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정치 쇼에 놀아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말하자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수 있었던 것이 이번 일본 자민당의원들의 울릉도방문 계획인데 한국정치권이 과잉 대응, 결과적으로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는 게 일부의 지적이다.
그건 그렇고, 한심한 것은 일본 외무성의 대응이다. 마쓰모토 다케아키 일본외상은 독도영공을 비행한 것에 항의(?)해 대한항공 탑승 금지령을 내렸다. 그리고는 자민당 의원 입국금지와 관련해 한국 대사에게 볼 멘 소리를 해댄 것이다.
“과대망상증에 걸린 중국, 피해망상증에 걸린 일본, 그 사이에 있는 한국의 모습은 어딘가 울 밑에 선 봉선화를 떠올리게 한다.” 누가 한 말이었던가.
정치 리더십을 상실한 일본, 퇴행성 피해망상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 그 모습이 어딘지 불길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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