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를 성경의 ‘카인과 아벨’ 이야기로 비유한 한 북한 소식통이 있었다. 남과 북이 한 형제인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결국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라는 의미다. 그는 “지난 시절 한반도 문제를 남북이 주도한 적이 있다. 주도권이 북미로 넘어가는 현 상황은 아쉽지만 지금이라도 남북이 한반도의 5년, 10년을 내다봤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지난 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남북비핵화회담 이후 북한 핵외교 책임자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4년4개월 만에 뉴욕을 방문했다. ‘비핵화문제, 식량원조, 대북 경제제재 완화’ 등 북미대화 의제로 많은 말이 나돌지만 북한 소식통은 “국무부도 당국도 섣불리 말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조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미국은 대북정책팀을 새로 짜고 행동에 나섰다. 한반도 평화정착에 남한이 주도권을 잃는 것 같아 안타깝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대북 유화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이번 대화에서 대북 식량지원과 교류협력 방안이 의제로 다뤄질 경우 그 동안 북미 간 민간교류에 앞장서 온 한인사회 입지가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인사회가 수년째 간절히 원하는 ‘북미 한인 이산가족상봉’도 현실화 될 수 있다.
사실 남북대화가 단절된 이후에도 미주 한인들은 북한과 꾸준히 교류에 나서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완충지대 역할을 묵묵히 소화했다. 최신식 교육시설로 북한 과학자를 길러내는 평양과학기술대학(PUST), 북한 어린이 영양실조를 막는 한-스나이더 국제어린이재단 등 민간교류 및 탈북자 지원에 나서는 수많은 한인들은 ‘이념을 떠나 사람’을 강조한다. 해외 한인이 3자적 관점에서 분단조국의 안타까운 현실을 깨닫고 작은 행동에라도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어렵게 북미대화가 열리는 만큼 한인들도 한국 정부의 눈치나 보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민간교류에 나서면 좋겠다. 각계각층의 한인들이 한반도 평화를 요구하며 영향력을 행사할 때 한국과 미국 정부, 나아가 북한도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6월 사실상 북미대화의 신호였던 북한태권도 시범단 미국 공연은 좋은 예다. 어렵게 이들을 다시 초청한 정우진씨의 노력으로 미국에는 북한을 대하는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배능만 조선태권도위원회 부위원장은 “민족애와 동포애적 관점으로 미주 한인들이 한반도 평화에 적극 나서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비탄에 빠진 조국을 떠나 온 이민선조들은 갖은 고생을 무릅쓰며 독립운동에 막대한 자금을 보탰다. 100여년이 지난 지금, 한인사회가 한반도 평화와 실질적 변화에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의무이기도 하다.
김형재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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