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다. 중국이 ‘아리랑’이 자기네 것이라고 고집한다. 중국 국무원은 연변 조선족 자치주의 아리랑과 판소리를 중국 무형 유산으로 지정한다며 유네스코 등록을 발표했다. 국력을 앞세우며 힘겨루기로 중국 국익을 보호하겠다는 문화유산 보호정책이란다. 아리랑에 흐르는 한 많은 한민족의 얼과 넋은 사라질 수 없다. 아리랑 가락에는 한국인의 핏 속에 흐르는 한(恨)과 정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아리랑’이 자기네 것이라고 우기는 중국의 억지 주장은 지구촌 176개국에 거주하는 700만 해외동포들 가슴에 새겨진 한국 고유의 정서와 문화를 훔쳐가는 마적행위와 다름없다. 한민족에게 아리랑은 민요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아리랑에는 취업이민으로 110년 전 멕시코 유카탄 애니깽 농장과 하와이 사탕수수밭, 사할린 석탄광산, 시베리아 만주 벌판의 독립군 운동에서도 지켜 온 민족혼이 담겨 있다.
대한민국도 유네스코에 유형, 무형의 민족문화재 등록을 노력해야 한다. 중국의 억지는 역사적 착각이며 도적 행위이다. 과거 조선왕조시절 중국이 조선을 변방의 조공국으로 취급, 말과 여자까지 공물(供物)로 요구하던 시절의 추태를 재연하는 오만이다.
로마 격언은 “이웃을 모르는 사람보다 더 나쁜 적은 없다”고 일깨워 주고 있다.
며칠 전 평창 겨울 올림픽 대회 유치 소식에 전 국민이 환성과 김연아 선수의 호소력 있는 영어 연설에 박수를 보내지 않았던가.
카네기의 성공론을 보면 해롤드 애보트라는 사업가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사업에 실패해 전 재산을 날리고, 빚까지 진 후 허탈한 마음으로 걷고 있었다. 어느 날 애보트는 한 신체 장애자와 만났다. 신체 장애자는 롤러 스케이트용 바퀴를 단 작은 나무판자와 양손에 쥔 나무토막으로 움직이며 연방 땀을 닦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장애인은 싱긋 웃으며 경쾌한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참 좋은 날입니다”라고 인사하고 지나쳤다. 그 찰라 애보트는 가슴이 뭉클했다. 저 사람은 장애를 가졌음에도 행복하고 명랑하게 인사를 했다. 그런데 나는 왜 희망도 용기도 없을까. 애보트는 즉시 욕실 거울에 “나는 신발 없는 신세를 한탄했는데, 발이 없는 사람을 만났다”라고 써서 붙여 두고 매일 아침마다 큰 소리로 읽었다. 이후 그는 진솔한 시민의식을 깨닫고 애국자가 되었다.
희망과 용기는 쌍두마차와 같다. 국력은 민족이 ‘자기 몫’을 다할 때 생기는 것이다. ‘얼과 넋’은 백성이 지켜야 할 정신무장이다. 역사적인 고유문화도 유업으로 간직할 수 있어야 한다. 민족문화의 자긍심을 ‘희망의 부재’ 상태에서는 지킬 수 없다. 애국정신은 반드시 후세에 전해질 유업(遺業)이다. 이웃 도끼에 발등이 찍히는 낭패는 없어야 한다.
중국의 ‘아리랑’ 무형유산 지정에 반대하고 이의를 제기하며 바로잡아야 한다. 멀쩡히 두 눈 뜨고 앉아 내 것을 빼앗겼는데도 아직 한국에서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 수많은 시민단체는 어디로 간 것일까. 청+정+당, 언론은 왜 모른 체 침묵하고 있을까. 안타깝다. ‘아리랑’ 없는 한강 물자락의 음률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역사 수도인 한성, 서울의 한강변 소리 문화는 민족의 숨소리인 아리랑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아리랑’은 한민족의 혼(魂)이 서려 있다. 민족혼을 두고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을 통탄하는 애달픔을, 후손에게 변명할 여지가 없다.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 중 ‘나의 소원’ 편에서 “오직 한 없이 갖고 싶은 문화의 힘”을 강조했다.
한국 예술사 교육의 재조명은 고대사와 동북공정에 관한 고조선과 요하 문명의 균형 잡힌 역사관에 포커스가 맞춰져야 한다. 예술사 의식의 비판 능력을 키워야 미래 성장 동력이 자란다.
이탈리아 속담에 국가나 개인은 한계가 있으나 문화유산은 멸망할 수 없다고 했다. 국익보다 못한 경제적 상황에 과잉 반응일까.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숭고한 애국심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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