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5일은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난 날이며 그 며칠 후인 6월30일은 미국의 남북전쟁(1861-1865)을 테마로 쓴 마가렛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발간된 지 75주년 되는 날이다.
한국의 6.25사변이나 미국의 남북전쟁이나 남과 북의 동족상잔의 참혹한 전쟁이었다. 올해로 한국전쟁 발발 61년이지만 해마다 6월이 되면 다시 돌아보게 되는 전쟁의 상처는 우리 세대가 짊어지고 가야하는 비극이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비통한 사람들은 전쟁의 와중에 가족을 잃은 사람들과 서로 헤어진 이산가족들일 것이다. 1985년부터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시작되었으나 정치적 상황 때문에 중단되고 2000년부터 다시 계속되었으나 60년을 헤어졌던 가족이 일회성 만남으로 그 깊은 한을 풀 수 는 없을 것이다. 또한 120만 명의 상봉 신청자들 중 5만 여명이 이미 세상을 뜨고 지금까지 2만 여명만이 가족상봉을 할 수 있었다고 하니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인도적 차원에서 시급히 실행되어야할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 현장을 TV에서 볼 때마다 우리 모두 눈물을 흘리며 가슴아파하는 것은 전쟁의 여파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은 역사의 기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월의 흐름만이 그 상처를 어루만지며 기억에서 잊혀지게 할뿐이다.
1861년부터 1865년까지 4년간 계속되었던 미국의 남북전쟁은 명목상 남부의 450만 명이나 되는 노예해방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내용 면에서는 공업이 발달한 북부와 목화 농장으로 흑인 노예가 필요한 남부의 경제 전쟁이었다. 북의 승리로 흑인노예들은 해방되었으나 150년이 지난 오늘날 그 후손들이 백인들과 동등한 기회와 자유와 권리를 누리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1951년 피난시절 언니의 방에 있던 책장에서 나는 5권으로 된 작은 책을 발견했다. 당시는 어거스틴의 <참회록>이나 그 외 소설들도 검은 점박이가 박힌 누런 종이의 책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흰 종이로 예쁘게 제본된 일본 책의 번역본이었다. 언니 몰래 가져다 읽으면서 미국의 남북전쟁과 남부의 아름다운 문화와 흑인 노예들의 비참한 생활을 이해하게 되었다.
마가렛 미첼이 남편의 권유로 남북전쟁에 관한 소설을 26세에 쓰기 시작해서 7년이나 걸려 탈고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1000페이지가 넘는 대작이다.
그러나 36세인 1936년에야 맥밀란 출판사에 의해 출간되었다. 그 해에 150만
부가 팔리고 그는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제작자인 셀즈닉이 영화 제작권을 취득해서 1939년 프레밍 감독에 의해 상영시간 3시간 50분의 영화가 만들어졌으며 동년 아카데미상 10개를 획득했다.
“일찍이 그리운 남부라 불렸던 곳, 기사와 목화의 향수가 있던 곳, 이 아름다운 토지”인 조지아주의 태라와 애틀랜타에서 1861년부터 시작된 남북전쟁과 태라 농장의 장녀 스칼렛과 실존적 사상과 실용적 생활관을 가진 레트 바틀러 선장의 애틋한 사랑과 애슐리와 메리를 중심으로 전쟁과 배고픔과 무너진 남부신사들의 자존심과 전후의 괴롭고도 비참한 상황을 담은 1873년까지의 이야기다.
“아줌마들이 읽는 책을 엄마도 좋아하네요. 마가렛 미첼이 스미스 칼리지에 다녔기 때문에 저를 스미스에 보내셨어요?” 내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열중하는 것을 알고 우리 딸은 이렇게 물었었다.
김인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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