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의 죽음이 가져다 준 충격은 나의 인생의 진로를 송두리 채 바꾸어 놓았다.
사람의 죽음을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아버지의 사망에서 처음으로 경험한 충격은 나에게는 대단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11살의 어린나이로 짧은 과거 기억이 닿는 시점에서 내가 아버지와 잊지 못할 행복하고 즐거웠든 추억들은 실제 거의 없다. 그런데 인간의 죽음을 처음으로 체험한 사건이 안타깝게도 바로 나의 아버지의 죽음에서부터 비롯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인간의 죽음을 알게 되었다.
인간의 죽음은 아버지만의 죽음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모든 인간에게 공히 적용되는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임을 나름대로 강하게 깨달은 셈이다. 쏟아지는 비를 흠뻑 맞으면서 상려를 맨 장정들은 결국 아버지의 시신이 묻힐 장지에 오후 1시경 도착했다. 아버지의 시신이 안장될 무덤이 선산을 관리하는 산지기에 의해 이미 준비되어있었다. 다행하게도 비는 그쳤지만 짙은 구름은 하늘을 뒤덮고 당장이라도 비가 다시 올 것같이 우중충한 날씨다. 아버지의 시신이 든 관을 하관하고 무덤을 흙으로 덮고 높은 봉을 쌓은 후 잔디를 봉 위에 덮었다.
장례절차가 모두 끝났기에 아버지를 땅속에 묻어 둔 채 집으로 돌아온 친지들은 2-3일씩 초상집에 머물다가 각자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이젠 어머니와 우리형제들 만이 남아 가정에 중심이요 가족을 부양하고 가정을 지키는 아버지는 영영 더 이상 볼 수가 없게 되었다. 어머님은 태산같이 의지하고 사랑했든 남편을 영원히 잃어버린 한에 맺힌 허전함과 서러움 그리고 자식들은 자식들대로 존경하고 사랑했든 아버지를 영원히 이별한 북 바치는 서러움이 집안 구석구석 진하게 배어있었다. 집안 어느 구석에 있든 아버지를 잃은 슬픔이 강하게 묻어있기에 솟아오르는 애절한 슬픔을 참아내기가 벅차 어머님은 자주 오열하고 우리들도 자주 울음지울 때가 많았다. 아버지와 백년가약의 인연을 맺고 천년만년 살듯이 행복하게 살면서 가사 도구 하나하나 옷가지 하나하나 어느 것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추억이 묻어 잊지 않는 것이 없었다. 어머님은 가사 일을 하면서도 지난날의 아버지와의 행복했든 추억 속으로 빠져 들어가 주체하기 힘든 눈물을 흘리면서 울기도 하셨다. 아버지의 사망일로부터 3오제 49제를 거치면서 3년 동안 아버지의 영혼이 극락 환생하도록 애절한 기도를 바치는 3년 상을 지냈다.
사랑채에 모셔둔 아버지의 영전과 위패 앞에 3년 상을 치르는데 아침저녁으로 상을 차려 메밥을 올리고 아버지의 영전 앞에 3번이나 큰절을 하는데 사망일로부터 매일마다 3년간을 한 후 탈상을 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침저녁으로 메밥을 아버지의 영전 앞에 올리는 어머님의 정성을 나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3오제 49제 3년 상 등 망자를 위한 극락세계로 향한 기도다. 사망하신지 3년이 지난 날에 탈상을 하는 일종의 명복을 비는 기도예절은 불교예식에서 나온 것이지만 불교신도가 아닌 일반 가정에서도 하는 예가 많았다. 아버지의 시신을 염하는 안방 광경을 슬쩍 보았을 때와 아버지가 운명하실 당시의 모습과 완전히 달라진 부식한 새카만 짙은 검은색으로 변한 얼굴이 나는 밤마다 잠자리에서 떠오르면서 공포에 시달려 잠을 못 이룰 때가 많았다. 잠자리에서 공상을 하다가 결국 잠들곤 했다.
아버지의 영혼은 현재 어디에 계시며 언제 다시 돌아오는가?. 인간은 왜죽으며 졸지에 과부가 된 미모의 젊은 나의 어머님도 언젠가는 돌아가시고 나도 형제들도 다 세상을 떠나는 그날이 반드시 오겠구나. 그럼 죽지 않고 영원히 존재하는 길은 없는가 ? 생각에 생각을 하다보면 뜬눈으로 밤을 새울 때도 있었다. 내 눈에 보이는 세상 모든 사물도 언젠가는 살아질 그날이 오는데 중요한 것은 시간문제임에 틀림없구나.
(몬트레이 한인성당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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