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와 한국 정부는 각각 미국 독립 100주년과 200주년을 기념해 우호증진의 상징으로 미국에 대형 조형물을 선물했다. 그런데 프랑스의 선물은 온 미국인의 사랑을 받으며 미국의 대표 관광명소가 된 반면, 한국의 선물은 그 조형물이 위치한 지역주민들 일부만 그 존재를 알 뿐 한인들의 관심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바로 ‘자유의 여신상’과 ‘우정의 종’에 대한 이야기다.
뉴욕의 리버티섬에 자리잡은 지 125년이 된 ‘자유의 여신상’은 올해 10월부터 1년간 보수공사를 위해 일반인들에게 개방이 금지될 예정이다. 그런데 총 2,600만 달러나 되는 엄청난 보수공사비에 대해 그 누구도 걱정하지 않는 듯하다. 하루 관광객이 2만 명에 이른다고 하니 입장료만으로도 상당한 재정을 확보할 수 있었겠지만, 혹여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한들 미국정부가, 미국인들이, 자신들의 자랑인 자유의 여신상을 위한 비용을 지불하는데 망설이지 않을 듯 하다.
반면 샌페드로의 앤젤스 게이트 공원에 위치한 ‘우정의 종’은 심각한 부식으로 훼손되어 보수공사가 절실하다는데 35만 달러의 보수비용이 마련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산의 1/3을 지원해주길 기대하고 있는 LA시에서는 확답을 주지 않고, 예산의 1/3을 모금해주어야 할 한인 커뮤니티의 관심 유발도 미미한 듯하니 우정의 종 보존위원회의 계획대로 35주년이 되는 10월까지 보수공사를 마무리하는 것이 가능할까 의구심이 든다.
프랑스와 한국 두 나라의 선물이 이렇게 다른 현실에 놓이게 된 원인이 무엇일까? ‘자유의 여신상’은 원래 수에즈 운하에 놓일 이집트 여인 모습의 등대로 제작되던 것이었으나 미국에 선물하기로 결정되면서 왼손에 독립 선언서를 들게 수정/제작되었다고 한다. 또한 받침대에는 ‘피곤한 자, 가난한 자, 모두 내게 오시오. 그렇게 갈망하던 자유를 호흡하시오’라는 문구의 시를 새겨 넣으면서 미국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인 ‘자유’의 수호신으로서의 포지션을 강화시켰다. 한마디로 프랑스는 선물 받는 이들의 입맛에 맞게 그들이 좋아할 것을 만들어 선물한 것이다.
반면 한국은 미국인들이 한국의 타종 문화를 모르며 한국의 종각을 중국이나 일본의 문화재들과 쉽게 구분하지도 못한다는 것을 감안하지 않고, 한국이 소중하게 생각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것을 선물하며 미국인들에게도 좋아해 달라고 소중히 여겨 달라고 강요한 셈이 된 것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는 전 세계 10위인데 국가 브랜드 경험으로는 31위라고 한다. 좋은 가치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한국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우정의 종’ 경우와 비슷하게, 외국인들이 경험하고 싶어하는 것을 경험하게 해주는 대신 우리가 경험하게 해주고 싶어하는 것을 강요해왔기에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추측해보게 된다.
와인을 마시지도 않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비싸고 귀한 와인을 선물해봤자 그 와인을 선물 받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연구/분석하지 않고서는 대박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없듯이, 선물을 할 때도 받는 사람을 배려하고 선호도를 잘 이해해야 같은 시간과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볼 수 있음을 명심해야겠다.
실비아 김
팬콤·전략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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