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을 처음 뵌 것은 제가 머리 빡빡 깎고 검정교복 입고 장충단성결교회 학생회에 출석했을 때 이었습니다. 형님이 제대 후 복학하신 아직 군기가 잔뜩 들어 있던 신학생 전도사님이셨던 것으로 기억 합니다.
형님은 언제나 3:2로 가르마를 탄 단정한 머리와 흰색 구두에 칼날을 세워 입은 백색 바지와 백색 양복을 깔끔하게 차려 입은 날씬한 몸매의 모습이셨습니다.
요점을 잘 정리해서 짧게 설교 해주셔서 70여명의 학생들에게 최고 인기셨고 학생들의 잘못에는 눈물이 나오도록 따끔한 훈계와 그 후에는 꼭 빵집으로 데리고 가서 “맘껏 먹어라”하셨습니다. 그래서 어떤 친구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빵이 먹고 싶어서 의도적으로 전도사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렇게 학생시절 1년여를 보내고 집 가까운 곳으로 교회를 옮긴 이후 수십 년을 건너 뛰어 11년 전 미국에 이민 온 후 형님을 뵌 순간 어디서 많이 뵙던 분인데 한참 생각을 더듬어야 했습니다.
굴곡 심한 이민 목회 40여 성상에서 날씬하고 누구보다도 sharp 했던 젊은 날은 가슴에 묻어 두고 아픔과 서러움과 보람과 감격들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모습을 발견 했습니다. 형님의 젊은 날의 패기는 오래 전에 포기한 채 철없는 후배들 앞에 가슴 삭히는 모습에 오히려 눈물이 나기도 했습니다.
형님께서는 늘 산호세 지역의 큰 바위 얼굴이셨습니다. 산호세 지역 교회 협의회에서는 이단 대책을 위해서 늘 고심하셨고 산호세 지역 성시화 운동 회장으로 언재나 솔선수범 하셨습니다. 형님은 산호세 지역 목회자들의 큰 형님이었습니다.
이렇게 형님의 지나온 생애를 돌이켜 보면 마음이 아프고 웃음도 납니다. 형님의 머리카락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검은 머리로 3:2로 가르마를 탔습니다. 한동안은 “나! 이 머리 염색한거 아니야” 하시던 머리가 새로 올라오는 흰 머리카락인 것을 보면서 후배 목사들과 함께 하시기 위해서 노력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작년 이맘때부터 시작된 병치레에도 언제나 “내가 곧 퇴원해 나가서 할 일이 많아 교회도 살펴야 하고 산호세 성시화도 올해는 더욱 활성화 시켜야 하겠다.”고 말씀을 하시곤 하셨습니다.
마지막 고통 중에도 사모님이나 자녀들보다도 오로지 교회를 더 염려 하시는 목회자의 길을 걸어오신 모습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형님의 설교는 언제나 복음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고 남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을라치면 어느새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쳐 내는 여린 가슴을 가지셨습니다.
강대상 위에서나 아래에서의 삶이 항상 일치하게 살려고 애쓰셨습니다. 이제 저희 들은 형님의 바통을 이어받아 복음의 통로를 뛸 때마다 형님의 인격과 삶을 기억하며 열심히 뛰어 가겠습니다. 산호세에 형님이 없는 빈자리가 너무 큽니다.
이제는 이 땅에서의 모든 것을 다 내려놓으십시오. 그리고 최고의 열정으로 목회 하시던 시카고에서 가끔씩 즐기시던 푸른 초장의 추억을 산호세에 오신 이후 한 번도 거닐어 볼 수 없었다던 그 추억을 이젠 천국에서 황금 골프채 등에 메고 주님과 함께 저 푸른 초장 잔잔한 물가를 거닐며 골프도 마음 것 해보세요. 저는 형님이 천국에서 황금 골프채를 어깨에 메고 어여쁜 캐디 천사들의 싸인 속에 “주의 막대기와 지팡이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라고 고백하는 즐거운 상상만으로도 행복을 느낍니다.
“살아도 주를 위하여 죽어도 주를 위하여”라는 바울의 고백처럼 우리도 그 길을 따르겠습니다. 사망 권세를 물리치고 부활하신 주님을 찬양하고 그 이름을 높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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