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으로 접한 기복신앙
▶ 정광영 신부/ 몬트레이 한인성당
아마 4-5살 때 나의 여동생이 출생했다. 미역과 숱을 단 새끼줄을 집 대문 출입문 양가에 고정시켜 둔 것을 나는 처음 보았다. 맑은 물을 가득 채운 항아리를 장독간 위에 얹어두고 해 뜨는 동쪽을 향해 어머니가 가족의 건강과 가정의 평강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리는 장면도 어릴 때 보았다.
새해 1년 동안 가정의 행운과 액운을 미리 알아 볼 속셈으로 연초 점치는 사람들에게 점을 치는 경우도 보았다. 가운을 융성하게하고 가족들의 건강을 기원하고 악신을 몰아내는 목적으로 이웃사람들이 무당을 초대해서 굿을 하는 것도 보았다.
마을 어느 집 10살 먹은 아이가 우물물에 빠져 죽었다. 우물에 빠져죽은 10살 난 아이의 영혼이 극락환생 하라는 부모의 애절한 간청과 또한 가정에 머물러 있는 악신을 쫓아내고 가정에 액운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고 가정의 평안을 간절히 소원하는 굿을 하는 예를 나는 보았다. 요란한 판소리와 사람소리가 소란하게 들이기에 가보았는데 어린나이에는 신기하면서도 무서움을 느끼는 장면들이 연출된다. 마당 가운데 준비된 큰상에 음식을 정성스럽게 차려두고 형형색색의 천으로 만든 깃발을 집주변에 세우고 울긋불긋한 천으로 느슨하게 만든 한복을 입은 무당이 정신없이 광대놀이를 한다.
머리에는 방울달린 두건을 쓰고 온몸을 흔들면서 칼춤을 추고 있다. 몰려온 마을 주민들과 나같이 어린 동내아이들도 몰려와 무당이 추는 광대놀이를 신나게 구경한다. 무당은 칼을 들고 정신없이 광란의 칼춤을 추면서 고성방관한 판소리로 불어낸 악신을 휘두르는 칼로 처단한다. 그리고 일단 칼을 놓고 가운을 융성하게 하는 착한 신을 30분이나 넘게 이마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판소리와 광란의 살풀이춤을 추면서 신을 청한다.
이렇게 굿판이 벌어지는 시간은 한 시간이 훨씬 넘게 계속된다. 이러한 굿판을 구경하는 나 같은 어린 아이들에는 마냥 신기하고 재미가 있다. 종교학에서는 무당의 굿 놀이도 일종의 종교행위로 보기에 이를 미신이라 하지 않고 일명 무속(巫俗)이라 하는데 올바른 명칭은 무교(巫敎) 라고 한다. 우리민속 문화의 뿌리를 찾아보면 무교와 연관되는 것이 너무나 많다. 민속 예술가운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성악은 판소리다. 가장 훌륭한 춤은 살풀이 춤이다.
굿판에서 무당이 추는 춤이 살풀이춤이고 굿마당에서 무당이 부르는 노래는 판소리다. 그래서 굿은 우리민족 민속 문화의 저장고나 다름없다고 한다. 단군도 무당이라 할 정도로 민속 신앙의 무교는 우리의 민족신앙으로 이어져오고 있고 특히 한국 여성들의 의식 안에 깊이 박혀있다.
어려운 일이나 가정에 재난이 생길 때 무당이나 점술사를 찾아 간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부모의 마음은 어느 한시도 마음 편한 할 날이 없다. 마음의 불안 요인들을 더 큰 힘에 의존하면서 해결하려는 간절한 소망에서 점을 치고 굿을 해보기도 한다. 인간의 발자취가 있는 태초부터 기복신앙이 생겨난 것도 자연적인 현상이다.
미래대한 불확실성에서 생겨나는 걱정과 불안이 우리들을 절대적인 존재인 하느님을 믿도록 안내하는 것은 인간의 종교적인 심향이다. 전능전지하신 유일한 신을 우리는 하느님이라 부르며 볼 수없는 하느님을 볼 수 있는 하느님으로 세상에 오신분이 예수그리스도이며 인간의 종말론적인 행복을 보장하는 유일무이한 신이 하느님이다.
굿판을 벌리고 점을 치는 것도 인간심리의 기대감을 순간이나마 위로하는데 효과는 있다 하드라도 이모든 효과는 임시적이며 간헐적이다. 우리민족의 민속 신앙인 무교도 엄격히 말하면 미신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이유는 도저히 떨쳐 버릴 수없는 인간의 미래에 대한 불안요인들을 해결하는 절대적인 힘이 있다는 대상이 인간의 논리와 합리적인 사고에도 최소한의 기대에도 못 미치는 애매모호하고 허황한 가상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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