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에는 신입사원 교육에 있어 직속상사가 업무지식과 기능을 인수인계 하는 OJT(on the job training)를 중요하게 여겼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신입사원 교육에 멘토링을 도입하는 회사가 많아졌다. 단기적으로 업무능력만 키우는 ‘기술’을 교육하는 것보다, 같은 길을 먼저 걸어간 선배들이 후배들이 겪는 어려움과 고민을 함께 해결하며 ‘마음’을 이끌어주는 것이 만족스럽고 행복한 직장생활에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기업들이 깨닫게 되었던 듯하다.
최근에는 한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의 인기와 함께 멘토링이 재조명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가족들과 떨어져 있기 쉬운 이민생활의 특성상 멘토의 필요성이 더 절실함을 깨달은 한인들 사이에서는 멘토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회사에서 누구 하나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없다고, 같은 분야에서 일하며 비슷한 커리어로 성공해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선배가 없다며, 자신이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나 행복하지 못한 것이 비단 멘토가 없어서라는 듯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불만과 아쉬움을 이야기하기 전에, 인생의 진정한 의미와 자신이 원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충분히 고민했는지, 멘토에게 진정한 가르침을 받을 만큼 마음의 문을 열고 있는지, 그 가르침을 통해 스스로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가 확실한지 생각해봐야 할 듯하다.
얼마 전 부모님과 함께 콘도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1층에서 젊은 여자가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우리 셋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바로 내렸다. 부모님이 왜 안타냐고 물었지만 그녀는 대꾸조차 하지 않으며 우리 시선을 무시했다. 한국에서 잠시 방문하신 부모님께는 같은 한인을 보고 반가워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꺼려하며 아예 상대하고 싶어 하지 않는 그녀를 그냥 무례한 사람으로 치부해 설명했지만, 나도 그녀와 비슷한 심리가 있지 않나 찔리는 마음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운 좋게도 많은 멘토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나처럼 성인이 돼서 이민 온 한인들은 생판 남인 사람들과 아예 새로운 친분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한인들을 더 믿을 수 없다는 근거 없는 편견과 마음을 열고 대했던 몇 명에게서 받은 이질감에 대한 기억 등으로 언제가부터인지 자꾸 마음의 문을 더 꼭꼭 잠그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니 멘토는 고사하고 인간관계 자체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나이가 어느 정도 차면서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해서는 조금씩 더 명확해진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고, 그들과 서로 믿고 의지하며 가정과 회사에서 생길 수 있는 정신적 고단함을 함께 이겨내며, 내 인생의 행복지수를 높이고 싶다. 하지만 편견을 깨지 못하고 좋은 인연의 사람들이 저절로 나타나길 기다리기만 한다면,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멘토의 조언이 절실하게 느껴질 때 핸드폰을 아무리 뒤적거려도 전화 한통 걸 사람이 없어 좌절하게 될 것이 자명해 보인다.
그래서 결심했다. 내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기로. 그리고 며칠 전 우연히 마주친 아래층 애엄마에게 용기를 내어 주말에 같이 애 데리고 어울리고 싶다고 말을 건넸다. 그녀 역시 사실 같은 생각을 했는데 망설였다며 흔쾌히 동의해 주었다. 앞으로 그녀와 어떤 관계를 맺게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서로 진심으로 알아간다면 둘이 나눈 첫 대화를 추억할 수 있는 좋은 인연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실비아 김
팬콤전략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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