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 접근 철저히 차단하고 일정도 비공개
미북 민간교류와 얼어붙은 남북관계 온도차 의식한 듯
`자본주의 경제’를 공부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 경제대표단의 일정이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돼 그 이유에 궁금증이 쏠리고 있다.
북한 정부 부처 중간급 간부 12명으로 알려진 이 경제대표단을 초청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샌디에이고) 산하 국제분쟁협력연구소(IGCC) 측은 대표단이 샌디에이고에 도착한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언론의 대표단 접근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북한 대표단이 `강의실 수업’이 아닌 `현장 학습’에 나선 25일에도 마찬가지였다.
대표단 숙소인 라호야 에스탄시아 호텔에는 이날 아침부터 소형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이 버스 운전자는 버스 주위를 맴돌던 기자에게 친절하게도 UC샌디에이고에서 온 손님을 태우려고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면서 하루 일정을 대략 알려줬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버스 운전자와 기자가 이야기한 것을 본 IGCC 관계자가 버스로 다가와 그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고 호텔 경비원을 시켜 기자를 호텔 경계 밖으로 쫓아냈다.
이어 수전 셔크 IGCC 소장의 안내로 버스에 오른 북한 대표단은 오전 8시 50분께 호텔을 출발해 에너지 기업 `셈프라 에너지’(Sempra Energy)로 향했다.
북한 대표단은 이어 오후 2시 10분께는 생명공학기업 `라이프 테크놀로지스(Life technologies)’에 도착했다. 방문자들이 안내 데스크에서 신원을 확인하는 동안 일행 중 4명이 건물 앞에서 사진을 찍거나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때 기자가 다가가 "무슨 공부를 했느냐" "뉴욕에는 언제 가느냐" 등 질문을 하자 IGCC 직원이 재빨리 달려와 북한 대표단원들을 건물 안으로 데려가려 했고 대표단원들도 팔을 잡는 기자를 뿌리치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IGCC 측은 앞서 언론의 전화 취재에 전혀 응하지 않았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미북 간 민간교류가 여전히 엄동설한인 남북한 관계와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미국 측이 이번 행사를 철저히 `절제된’(low-key) 방식으로 진행하려 한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미 국무부는 지난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경제대표단의 방미 활동이 `정부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국무부의 마크 토너 부대변인은 북한 경제대표단의 방문 목적에 대한 기자 질문에 대해 "그 질문에 대한 상세한 대답은 이번 방문을 요청한 민간 단체가 해야 할 것"이라며 행정부가 관여하지 않은 민간 차원의 행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IGCC는 북한 핵 관련 6자회담 당사국 정부 관계자와 비정부기구 인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동북아협력대화(NEACD) 회의를 주최하는 미국의 대표적 민간외교기구다. 그러나 2009년 10월 열린 NEACD 기간에는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과 성 김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 간에 수차례 비공식 대화가 있기도 했다.
샌디에이고 현지의 한 소식통은 "이번 행사에 관해 북한 대표단보다 미 국무부 측이 오히려 더 공개를 안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샌디에이고=연합뉴스) 최재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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