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 수확의 몇 퍼센트를 지주에 바친다는 임대 계약에 따라 소작인들이 지불하는 임대료가 주로 현물이다. 지주와의 기본적인 계약 외에도 농작물 작황에 따라 현물세의 범위가 유동적이다. 가을부터 겨울철까지 계속 임대료 현물이 달구지에 실려 농장주 집으로 속속 들어온다. 경작한 농작물에 대한 소작료 현물을 보관하는 곡간이 이미 만원이다.
볏짚을 역어 마치 원유를 저장하는 큰 원형탱커 같은 임시 곡간들을 만들고 소작인들이 가지고온 현물을 임시곡간의 목까지 차도록 가득 채우고 뚜껑을 볏짚으로 역어 봉한다. 앞마당에 임시로 만든 곡간 하나에 벼 50가마 이상이 저장된다. 이렇게 저장된 벼는 추운 겨울을 보내고 나면 이른 봄부터 도정공장에서 탈곡을 한다. 어린 시절 앞마당 곡간들 사이로 숨는 숨바꼭질 하는 놀이를 많이 한 기억이 난다. 더군다나 청명한 밤하늘 쟁반 같은 둥근 달밤에 숨바꼭질의 재미에 빠져 때로는 한 밤중까지 노는 때도 있었다. 어린 시절의 놀이는 주로 형제들끼리 그렇지 않으면 사촌 또는 5촌 조카들과 주로 어울려 집안에서 논다. 당시 동네 어린이들과 어울려 함께 논다는 것이 그리 쉽게 허용되질 않았다. 가풍에서 전해오는 가문의 우수성(즉 양반)을 지키는 것이 가족들의 보람과 긍지로 생각한 것이 당시의 사회분위기였다.
참으로 어리석고 교만한 의식문화의 인습임에 틀림없는데 그 당시로는 그와 같은 사고방식이 가문의 혈통을 바르게 지키고 있다는 판단에서 기인했을 런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즐겼든 놀이들은 음력설을 전후해서 재기차기, 팽이 돌리기, 연놀이, 보름에는 불꽃노리와 새끼를 주묵만한 크기로 공같이 만들어 골목길에서 공차는 놀이 등이 있었다. 소작인들이 경작한 작황을 현장 조사를 통해 그 자리에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기준도 없이 눈짐작으로 지주는 얼마의 세금을 증세 또는 감세 결정을 내린다. 가을 수확기가 가까워지면 지주는 소작인들이 농사지은 현장에 직접 나가 현재 농사 작황을 살핀다. 소작인들의 작황을 검정하기 위해 들녘으로 나가시는 아버지를 따라 나는 한두 차례 함께 간적이 기억난다. 농장주의 제량에 따라 결정하는 재량권이 농장주가 소작인들로부터 여러 종류의 향응을 제공받는 불합리한 사례들을 낳는다. 농장주의 환심을 얻어야 소작인들의 생명선인 임대 농토를 계속 경작할 수 있고 가족의 생계가 유지된다. 농장주로부터 소작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지주의 비위를 맞추느라 갖은 환심과 향응이 이루어진다. 이점이 가난한 소작인들에게는 이중 삼중으로 격어야 하는 가난의 고통이다.
그래서 지주들의 횡포와 착취가 가난한소작인들에게 너무나 흔하게 이루어지는 사례가 많다. 아버지는 7형제 중 막내이며 아버지는 재력 있는 부모득분에 해외 유학은 상상도 못하는 당시 이웃 나라 일본에 유학까지 하셨다고 한다. 장신구에 잘 생긴 미남형인데 마음이 너그럽고 동정심이 많은 아버지로 마을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은 분으로 알고 있다. 특히 소작인들에게는 인정 많은 후한 농장주로 알려졌다. 아버지의 토지를 경작 하는 소작인들은 교체되는 법이 거의 없이 연이어 경작을 하게 된다. 남의 토지를 경작하는 소작인들은 자기 농토를 마련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주들은 자기들의 농토를 지혜롭게 관리하고 경영 한다면 제산이 증산될 확률이 많다. 전통적으로 인습된 사회적 분위기 내지는 사회적 제도자체가 힘들고 어려운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불리했다. 가진 자는 양반이란 상위 계층으로 통하는 문이 쉽게 열려있고 가난한자는 가난 때문에 하층계급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사회적인 불문의 제도가 당시 사회전반에 아직도 지배적이었다.
(몬트레이 한인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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