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큐티(Quite Time경건의 시간)를 모르는 기독교인들이 없을 정도가 되었지만 제가 대학에 입학하던 1980년대 초만해도 매일 아침마다 성경을 읽고 묵상하면서 경건의 시간을 갖는 것은 매우 생소했습니다. 대학 새내기로서 이곳 저곳 교내 서클을 전전하다가 정착한 곳이 IVF라는 기독학생회였고, 그곳에서는 소그룹 활동을 통해서 신입생들에게 큐티를 소개하였습니다. 이처럼 20대 초반에 큐티를 알게 된 것은 저에게 커다란 축복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줄곧 경건의 시간을 갖지만, 나이가 들면서 하나님 말씀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씩 바뀌는 것도 경험합니다. 20대에 하나님 말씀을 묵상할 때는 매일 주시는 말씀을 제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애썼습니다. 하나님 말씀을 제 인생의 야망(?)을 이루는 도구로 삼기도 했습니다. 물론 당시의 안타까운 사회현실 속에서 구약의 예언서를 읽고 고민하기도 했지만 이기적인 성경읽기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30대에 접어들면서 가정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30대 중반이 되면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신학의 길로 접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신학공부를 마치고 30대 후반에 미국으로 유학의 길을 떠났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의 30대는 계속해서 인생의 방향을 바꾸며 변화를 경험했던 특별한 시기였습니다. 그때 저는 아침 마다 말씀 앞에서 하나님의 뜻을 구했습니다. 갓 태어난 두 자녀를 어떻게 양육해야 할 지, 가장으로서 다니던 직장을 접고 신학의 길에 접어드는 것과 뒤늦게 유학의 길에 오르는 것이 하나님의 뜻인지를 두고 고민을 거듭하면서 기도했습니다. 그때마다 하나님 말씀은 제 인생의 나침반처럼 갈 길을 제시해 주었고 때로는 제 마음에 뜨거운 감동을 주기도 했습니다.
마흔에 목사안수를 받았습니다. 학생촌에서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교회를 개척하면서 드디어 담임목회를 시작한 것입니다. 40대 중반에는 샌프란시스코로 옮겨와서 이민목회를 시작했습니다. 젊은이들에게서 이민자들로 교인들이 바뀌는 경험과 더불어 40대에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설교준비였습니다. 40대의 큐티는 매 주일 설교를 위한 말씀 묵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큐티를 통해서 설교의 주제를 정하기도 하고, 큐티를 통해서 체험한 영적독서가 제 설교에 그대로 반영되기도 했습니다. 20대 초반부터 시작해서 신앙의 습관으로 자리잡았던 큐티와 개인 성경연구가 설교와 목회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돌아보니 저는 지난 30년 동안 아침 마다 하나님 말씀 앞에 섰고, 말씀은 제 인생길의 안내판이 되었습니다. 말씀 앞에서 20대에 꾸었던 꿈이 30대에 목회의 길로 접어들면서 송두리째 바뀌는 경험도 했습니다. 40대에 목회를 시작하면서, 하나님 말씀을 옳게 그리고 열정을 갖고 전하기 위해서 아침마다 하나님 말씀 앞에 섰습니다. 여느 인생처럼 제 인생여정도 계속해서 변화되었지만, 하나님 말씀은 언제나 제 발의 등이었고 제 길을 비추는 빛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한국나이로 오십에 접어들었습니다. 인생의 후반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입니다.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하나님 말씀 앞에 서야 할지 생각해 봅니다. 바라기는 제 자신을 돌아보는 자기성찰에 초점을 맞추고 싶습니다. 그 동안 제가 하나님 말씀을 읽었다면, 이제부터는 하나님 말씀이 저를 읽도록 제 자신을 말씀 앞에 내어놓고 싶습니다. 말씀 앞에서 지나온 인생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펼쳐질 인생이 예수님을 닮는 거룩함의 훈련이 되기를 아침마다 애쓰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다음 노년이 되었을 때, 다니엘 호손의 단편 “큰 바위 얼굴”처럼 제 모습과 삶 속에 예수님의 흔적이 조금이라도 나타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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