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는 초중고교 교정에 한 두 그루쯤은 꼭 있는 나무다. 특히 소나무, 버드나무와 함께 3대 가로수로 손꼽히며 가을마다 도심의 도로변을 노란색 물결로 물들이곤 한다.
하지만 늦가을의 정취를 더해주는 이 은행나무 아래를 지날 때면 자신도 모르게 표정이 찡그려지는 경우가 있다. 몇몇 사람들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빠른 걸음으로 은행나무 주변을 떠나려고까지 한다.
분뇨에서나 풍겨 나올 법한 은행나무 열매 특유의 고약한 악취 때문이다. 도대체 왜 은행나무는 이처럼 역한 냄새를 풍겨대는 열매를 맺을까.
은행나무 열매는 껍질에 해당하는 외종피와 중종피, 그리고 열매를 덮고 있는 얇은 막인 내종피로 싸여 있다. 코를 움켜쥐게 만드는 악취는 이 중 외종피에서 내뿜어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개체 수 증식의 원천이 될 열매, 즉 씨앗을 동물이나 곤충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서다.
사실 은행나무의 이같은 자기방어 체계는 여러 단계로 구성돼 있다. 1차 관문은 물론 악취다.
하지만 동물(곤충)들이 이 악취를 견뎌냈다고 해도 열매를 먹기는 쉽지 않다. 외종피는 사람이 도구를 사용해도 벗겨내기 힘들 만큼 딱딱한 데다 ‘빌로볼’(bilobool), ‘은행산’(ginkolic acid) 등 유독성분이 함유돼 있다. 동물들이 이 성분에 닿으면 옻이 오르는 것과 같은 접촉성 피부염이 유발된다.
설령 이 두 관문을 굳건한 의지로 넘어서고 열매를 먹었더라도 문제는 남아 있다. 은행 열매를 다량 섭취하면 복통, 설사, 발열증세를 일으킨다는 것이 그것이다.
<파퓰러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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